그는 이날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세계대전에서 세계화로 : 문학의 질문들'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세계대전 이후 서로 다른 문화간 교류의 결과로 `여성적 문화'가 도래했다"며 이같이 예측했다.
르 클레지오는 잔인한 인간성이 드러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치.언어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오늘날의 문학이 여성들에게 `표현의 장'이 됐다는 점에서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식민지 시대 속박당했던 민족들이 세계대전 이후 독립해 자유를 얻은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 여성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의 문화'가 남자들이 만들어낸 재앙, 즉 전쟁으로 인한 재앙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이 위대한 작가로 떠오르는 시기에는 과거 여성작가들처럼 남성의 절대권력에 대항하라고 선동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인이 승용차의 바퀴를 훔쳐가는 것을 지켜보고 유대인 가족이 죽음의 집단수용소로 보내진 사실을 전해들은 일 등 어린 시절의 전쟁 경험이 자신의 글쓰기에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쟁을 겪는 운과 불행을 동시에 누렸다"며 "책이나 영화가 아닌 전쟁의 현실을 체험했고 그 경험은 내면에 뿌리박힌 정서로 남아 나를 문학으로 이끌었다"고 털어놨다.
르 클레지오는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불교와 가톨릭교 등 종교의 다양성,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 문화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 문화가 미국화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들이 황석영 등 한국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사기 그릇, 병풍 등 한국의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생동감있는 한국 작품이 많이 출간되고 있기때문에 머지 않아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