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오월과 기념일 - 박철곤

박철곤(前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오월이다. 참으로 눈부신 계절 오월이다.

 

산과 들, 온누리에 싱그러운 새순이 돋고 화려한 봄꽃과 새들의 노래 소리가 절로 기쁨을 샘솟게 하는 계절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 청춘의 계절, 생명의 달 … 등등. 오월에 대한 찬사와 오월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들은 셀수도 없이 많고 그 표현의 훌륭함과 적확(的確)함에 대해서 감히 견줄수도 없는 필자의 필력으로는 오월의 아름다움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무리 일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월을 찬(讚)하지 않을 수 없다. 오월은 솜털 보송보송한 청소년의 청순함과 발랄함이 피어나는 계절이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식물의 생기가 피어나는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오월은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새로운 의욕이 샘솟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닌 달인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월에는 무슨 무슨 기념일이 참으로 많다. 1일 노동절로 부터 시작해서 5일에는 어린이날, 8일에는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날, 19일에는 발명의날 등등 있는가 하면 21일은 부부의날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 오신날도 오월에 들어 있다. 오월의 기념일은 이들외에도 수없이 많아 여기서 일일이 다 열거 할수 없다. 아예 오월은 통째로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오월에는 각종 기념행사와 나들이 기회도 참 많다. 모든 기념일마다 기념식과 기념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이때마다 여러종류의 표창과 상훈이 많은 이들에게 주어진다. 그뿐인가, 각종 공연과 음악회, 전시회, 체육대회 등등이 수도 없이 개최가 되고 이런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마다 오월의 아름다움을 빠뜨리지 않는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오월은 찾아왔고 온 산하가 연초록색 신록으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 매년 그러하듯 곳곳에서는 연례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기념식과 축하행사가 열리고 또 열리고 있다.

 

이 많은 행사들, 이 자리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축사와 기념사들, 그리고 유공자들에게 주는 서훈과 찬사들을 보면서 필자의 상념은 또 깊어만 간다. 이 하나 하나의 행사와 기념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그 뜻을 진정으로 기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매년 돌아오는 행사이다 보니, 기념일이다 보니 의례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어린이날에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우리의 역할과 과제를 생각하는 부모, 어버이날에 진심으로 효(孝)를 생각하는 자녀, 스승의날에 스승에게 마음으로 부터의 고마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파릇파릇 신록이 자라고 참으로 눈부신 철쭉이 피는 오월에 이들 기념일을 정한 뜻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또 하루 기념행사가 끝났으니 내년에 다시 같은 날을 맞을때까지 그런 기념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지내지는 않을까?

 

먼 타향에서 고향쪽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어릴때의 오월을 생각하면서 공연한 상념에 젖어본다.

 

/박철곤(前 국무총리실 국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