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최만산 군산대 교수 두번째 시집 '나의 작은 잎새들'

들꽃 같은 시인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지는 순리에, 명징한 침묵 속의 자연을 응시하는 그다. 최만산 군산대 영문학과 교수(64)의 두번째 시집 「나의 작은 잎새들」(시문학사)엔 깊고 아늑한 적요가 묻어난다.

 

"산문이 하나씩 쌓아 올리는 건축이라면, 시는 극도로 깎아서 쪼아 만드는 한 편의 조각입니다. 압축미를 드러내는 장르죠. 영상에 길들여지다 보니, 긴 글은 잘 읽지 않은 시대가 돼 버렸습니다. 이런 변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에 시가 더욱 짧아져야 합니다."

 

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의 꿈을 품었다고 했다. 공식적인 문단을 거부해 뒤늦게 1996년 「시문학」으로 등단, 마음 속 작은 잎새들을 띄워 보내게 됐다.

 

꽃잎, 풀잎, 산, 노을, 별 등 자연이 시의 주된 소재. 그는"자연이 곧 나고, 내가 곧 자연"이라고 말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갈증에서 비롯된 영문학. '문학의 길'은 결국 하나로 통하기 때문에 인간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안목을 배웠다고 했다.

 

가톨릭 작가로 더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그래햄 그린의 종교관에 공감해 이번 시집 마지막 장 '당신에게 가는 길'엔 신을 향한 자신의 독백이 담겼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깊은 울림을 전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헌사, 간망의 시간을 태우는 신에 대한 기다림의 시들이 수록됐다.

 

오는 8월, 그는 학교를 떠난다. 그간 번역되지 않았던 그래햄 그린의 또다른 소설집을 번역할 계획. 시집 출간에 대한 욕심도 없다. 써지는 대로,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시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자아와 존재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그림자가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