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천사와 악마

복잡 미묘한 이야기…잠시도 눈 떼지 마라…'다빈치 코드' 前 이야기…'본듯한' 구성 아쉬워

▲ 천사와 악마(미스터리 스릴러/ 138분/ 15세 관람가)

 

감독과 연출진들이 참 대단하다. 특히 추리물 같이 내용이 얽혀있는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면 각본을 쓴 사람이 우러러 보일 정도. 아주 작은 한가지만 빠뜨려도 그 묘미가 사라지고 줄거리를 대충 넘어가면 '그 맛'이 살지 않으니까 말이다.

 

영화 '천사와 악마'는 종교라는 출발점과 같은 감독, 소설 원작자를 이유로 '다빈치 코드'와 개봉 전부터 비교가 됐었다. 실제 원작으로 따지면 '천사와 악마'가 먼저 쓰여짐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코드'의 아류라거나 후속작에 불과한 혹평을 받은 것이 사실. 이번 주 많은 원작 팬들과 관객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 '천사와 악마'가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대단한 영화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야기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물론 '다빈치 코드'로 인해 이미 익숙해진 반전이나 스토리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실바노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실험에 성공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실바노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반물질은 사라져 버린다. 한편,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교황청으로부터 유력한 4명의 교황 후보가 납치 된 의문의 사건과 관련된 암호 해독을 의뢰 받는다. 그리고 이 사건에 일루미나티의 상징인 앰비그램이 나타나 랭던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일루미나티는 18세기 과학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비밀결사대로 500년 만에 부활해 종교보다 과학이 위대함을 알리고자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랭던과 비토리아가 로마에 도착하고 궁무처장 패트릭(이완 맥그리거)이 이들을 돕는다.

 

앞서 말했듯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와 한 핏줄을 타고 났다. 딱히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천사와 악마' 초반 랭던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다빈치 코드'와 연결되는 대사를 찾을 수 있다. 같은 원작과 감독, 배우가 만나 이룬 호흡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빈치 코드'에서 본듯한 구성이나 전개로 인해 숨가쁘지는 않다. 굳이 원작 소설과 비교를 하자면 간단하게 끝나버리는 반전도 맥이 빠진다. 그러나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놀라운 것은 사실. 바티칸에 숨겨진 생활이나 실제 행해지는 의식을 잘 살려내 실제와 가상의 이야기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픽션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거론되는 '역사와 다른 사실'이 이렇게 살짝 걸리기는 하지만 영화 설명에도 나와있듯 이 영화는 역사물이 아니다. 간단해진 추리과정과 예상 가능한 반전('다빈치 코드'를 보지 않았다면 해당되지 않는다)이라는 약점만 빼고 나면 더 광범위해지고 속도감 있게 담아낸 로마의 풍경과 사건 해결 과정이 만족스럽다.

 

영화 이외에 신경 쓴 부분도 있다. 영화 '천사와 악마' 홈페이지에 가볼 것.( http://altarsofscience.com)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일루미나티의 앰비그램 상징에는 링크가 숨겨져 있다. 한 개의 비밀코드는 처음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는 홈페이지에 숨겨져 있다. 못 찾는 분들을 위해 힌트. 영화 속 일루미나티와 연관된 네 개의 단어를 숫자화 한 것으로 단어의 철자 순서와 숫자를 대입해 만든 암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