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은 최근 이틀간 대법원 청사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취재진의 눈을피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사실 신 대법관의 잠행은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2월 시작돼 3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그는 당시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동료 대법관이나 판사들도 일체 만나지 않고 대법원 청사 내에서 `나홀로' 생활을 해왔으며 그 어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때에 따라서는 집이 아닌 시내 모처에서 출퇴근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대로 하라고 한 것을 압력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자진사퇴할 의사가)전혀 없다"(3월6일)고 밝힌 것이 유일하게 자신을 드러낸 경우였다.
신 대법관은 그러나 지난 8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가 주의ㆍ경고를 권고한데 이어 13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엄중경고 조치를 하는 등 정식 절차가 마무리되자 마침내 침묵을 깼다.
그는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신 대법관은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함에도 도를 넘어 법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에 손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후회와 자책을 금할 수없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얻게 된 굴레와 낙인은 이자리에 있는 동안, 아니 일생 동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나의 짐"이라며 사실상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랬던 그가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일선 판사들의 조직적인 반발 기류가 감지되자 다시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은 14일 단독판사 회의를 열어 신 대법관이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15일에는 서울동부지법과 서울북부지법에서 판사회의가 열렸고, 이 같은 소장판사들의 반발 움직임은 지방에 있는 법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진퇴양난에 빠져든 신 대법관이 언제쯤,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침묵을 깨뜨릴지 법원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