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 ~ 당신의 곱던 얼굴 고운 눈매엔 어느새 주름이 늘고 ~ 당신이 있어 등불이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면서 ~ 여보,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사랑합니다 ~.”
20여년 간 '부부'를 흥얼거리며 세차장을 운영하는 닭살커플이 있다. 남원 '오거리 세차장'을 운영하는 쉰네살 동갑내기 이용곤(54) 한초구(54)씨 부부. 저렇게 아내만 보고 살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이씨는 "하루라도 아내를 보지 않으면 보고 싶고, 아내가 없으면 허전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내 한씨 역시 "성격부터 취미, 직업까지 정반대의 사람을 만나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맞춰갔다”며 "이제는 뗄 래야 뗄 수가 없는 존재”라고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이들이 현재의 세차장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막내 아들을 낳고 가게가 신통치 않아 정리하면서부터.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살면서 '내가게를 성실하게 꾸려보자'는 생각에 세차장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결혼 후 대학을 나온 만학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힘이 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큰 자본 없이 개업해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세차장을 시작했다.
성격이 느긋하면서도 꼼꼼한 남편에 비해 아내 한씨는 손이 빠른 편. 누가 먼저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작업량이 달라져 이들 '잉꼬부부'도 다툴 때가 있었다고 들려줬다. 하지만 서로 보완해주는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단골 손님이 늘게 됐다고. 이젠 차 문만 열면 주인의 성격, 직업까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베테랑이 됐단다.
"공무원의 경우 차안의 정리정돈이 잘 돼 있는 편이고, 토목이나 건축가의 경우 차 안에 늘 흙이 많고, 차를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져야 세차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IMF 이후부터는 공짜로 세차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단골이 많이 줄게 됐죠.”
부모의 직업을 잘 이해하는 아이들은 연휴나 명절에 기꺼이 세차장 일을 돕는다. 부모의 삶을 이해하는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이들 부부가 세차장을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이들은 서로 함께 일을 하면서 나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는 덕분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넝쿨째 굴러온 남편의 마음이 한결같아서 살맛나고 행복하다는 아내 한씨. 이들의 신바람 나는 세차장 운영은 앞으로도 행복할 것임이 틀림없다.
/나숙희 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