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기공연 도전 마친 남원 극단 '둥지'…희망은 충분했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기대밖 성과

대극장 공연을 소극장에 맞춰 사이즈를 줄이다 보니 손 댈 부분이 많았다. 약간 늘어지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배우들 호흡에 더 신경썼다.

 

너무 밝으면 산만해 지기 쉬운 소극장 공연에 조명을 어둡게 쓰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하지만 조명시설이 열악한 소극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처럼 남원이란 작은 도시에서 연극을 하다보면 무대에도, 객석에도 빈 곳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부터 17일까지 남원 지리산소극장에서 열린 극단 둥지(대표 문광수)의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6일 동안 이어진 7번의 공연. 관객은 150여명 정도였다. 하루종일 축축하게 비가 내리던 16일 공연은 10여명의 관객이 전부였지만,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는 4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찾아와줬다.

 

전주의 인기극단이었다면 1회 공연만으로도 채우고 남을 숫자였겠지만, '장기공연'을 처음 시도한 극단 둥지로서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문광수 대표는 "다른 극단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이틀 공연으로 끝나던 남원에서는 6일 공연이면 장기공연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객들이 와줬다"고 말했다.

 

사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지난 4월 '제25회 전북연극제' 출품작이었다. 남원에서 연극을 하며 알게 모르게 빚 진 사람들이 많아 무료공연으로 다시한번 올리게 됐다. 문대표는 "그동안 둥지 공연이 무거운 편이어서 일부러 재미있으면서도 메시지가 있는 최근 작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극단 둥지는 꽤 역사가 깊다. 1986년 창단, 90년대에는 긴 공백기를 갖기도 했지만 1년에 한두편이라도 꾸준히 작품을 올려왔다. 배우들을 구하고 관객들을 모으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20년 넘게 남원 연극판을 지켜가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원들도 실질적으로는 5명 정도.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의 여주인공 '트롤'역의 김강옥씨도 주부로 살다 지난해 연극판으로 돌아왔으며, '우체부'역의 김지희씨 역시 남원을 떠났다가 다시 합류했다. '모험가'역을 맡았던 최원준씨는 원래는 음향감독이었지만, 이것 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문대표는 "지난해 대표를 맡으면서 부터는 배우들의 생계가 안정돼야 작품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지만, 배가 고파 떠났다가도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것이 연극쟁이들의 인생. 7월, 10월, 11월…. '장기공연'이란 새로운 도전을 끝낸 극단 둥지의 공연 일정은 더 타이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