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I 바로 알고 대처하자 - 장형관

장형관(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교수)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SI)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 상황이 북미에 이어 유럽,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를 비롯해 매번 극도의 사회적인 불안감을 조성했던 이들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매년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사람 인플루엔자와 AI, SI가 어떻게 다른지 그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떠나 현명히 대처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3가지 질병은 숙주가 사람과 조류, 돼지라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유사한 RN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고, 직접 접촉할 때 상호감염이 가능하며 바이러스가 쉽게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독감 또는 유행성 감기로 불리는 사람 인플루엔자는 일반 감기와 유사하지만, 발열과 오한 등 증상이 더 심하고 계절에 따라 유행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1918~1920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1957~1958년의 '아시아 독감', 1968~1969년의 '홍콩 독감' 등은 모두 인플루엔자 대유행(pandemic)에 해당된다. 그러나 사람의 유행성 감기(독감)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비교적 변이가 적고, 해마다 주로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의 전망도 가능해 예방접종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최근 수년간 동남아를 중심으로 발생한 AI는 사람과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혼합된 변종 바이러스(H5N1)로서 사람에 감염력을 갖게 된 경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람에 감염 가능한 변종 바이러스가 다시 한 단계 변이를 일으켜 사람들 사이에서 대유행이 가능해지는 경우다.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A형 H1N1 바이러스'는 AI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멕시코의 SI가 큰 우려를 낳았던 이유도 사람과 조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된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가능한 형태로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인플루엔자는 사람과 조류, 돼지 유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혼합된 '신종 바이러스'이지만, 돼지와 직접적인 관련성 속에서 출현한 바이러스로 추정 가능한 증거가 없어 WHO에서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로 부르기로 하였다.

 

AI나 SI가 사람에 발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 어김없이 사회적인 불안감 고조와 함께 관련 축산품의 소비가 크게 위축되곤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나 SI 바이러스가 식품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즉 제대로 취급하고 조리한 축산품을 먹으면 안전하며 70℃이상으로 조리하면 이번에 출현한 '신종 바이러스'는 물론 다른 바이러스들도 죽게 된다. 더욱이 가열되지 않은 축산품을 만져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증거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 돼지에는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고 있으므로 돼지를 만져서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도 없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종 바이러스'에 전염될 가능성은 멕시코 등의 오염지역을 방문하거나 오염된 돼지농장 방문이나 시설, 차량 등과 접촉했을 때이며, 사람을 통한 전염은 주로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콧물을 통해 전파되므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에 걸린 사람과의 접촉에 주의가 요망된다.

 

/장형관(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