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매관매직(賣官賣職) - 황주연

조선 후기의 방랑객 정수동 이야기다. 어느날 그는 평소 안면있던 조두순의 잔칫집에 들렀다. 조두순은 철종때 좌의정,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인물로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릴만한 힘을 가진 세도정치의 대부였다. 대문에 들어서니 종들이 우왕좌왕하며 때아닌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곡절을 묻자 "어린 도련님이 엽전을 갖고 놀다가 그만 삼켜 버렸다"는 답이 돌와왔다. "엽전이 창자에 붙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호들갑도 있었다. 정수동이 사랑에 앉은 대감들 들으라고 소리쳤다.

 

"걱정할 것 없네. 아랫배만 슬슬 쓰다들어 주면 그만일세. 이는 대감은 돈 몇 만냥을 삼키고도 배만 쓸고 있으면 끄떡없는데, 그깟 동전 한 닢 삼켰다고 무슨 탈이 나겠는가!"

 

당시의 매관매직 실태를 통렬히 꼬집는 적절한 비유다.

 

잊을 만하면 신문에 나오는 게 매관매직(賣官賣職)이다. 말그대로 돈이나 재물을 받도 벼슬을 시키는 것은 말한다.

 

최근에는 진안군수를 3연임한 임수진 전 농어촌공사 사장이 2007년 공사 사장 재임당시 간부들로부터 승진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농어촌공사 1급인 김모씨등 전현직 고위간부 4명에게 1천만~3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매관매직이란 원래 어느 한쪽 잘못만으로 일어나는게 아닌 까닭에 돈을 건넨 4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음은 물론이다.

 

군수 재직시절 살기좋은 진안만들기를 진두지휘, 군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영어의 몸이 됐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 모두 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돈을 주고 받는 사실이 적발되면 공직에서 파면되는 것을 물론이고 구속을 피하기 힘든데도 매관매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들키지만 않으면 서로 이문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5급 사무관 승진때 행정직은 5000만원, 기술직은 1억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계에서도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1000만원, 교감은 500만원을 건네야 한다는 장천감오(長千監五)설이 오래전부터 떠돌고 있다.

 

하물며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부분 공사의 경우 승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돈을 싸 들고 오는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은 불문가지다.

 

임 전 사장의 경우 지난 전주 재선거에서 덕진 공천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출마에 대비해 실탄을 비축하려고 흙탕물에 발을 담그지 않았나 생각된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했다. 즉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 윗 사람이 부패하면 아랫사람도 부패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고을 수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 청심(?心)을 강조했다. 즉 뇌물수수, 매관매직등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선정과 덕행의 근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약용은 일찍이 상류층이 바로 서지 않고는 나라의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외쳤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발전동력은 엘리트들의 솔선수범 정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이 먼저 목숨을 바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내년에는 단체장과 교육감을 동시에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뇌물과 청탁 이권개입이 난무할 여지가 충분하다. 벌써부터 지방의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연차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발호다. 측근들의 호가호위가 부메랑이 되어 주인의 뒤통수를 강타 할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황주연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