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진원종 수필집 '그곳에 가고 싶다' 발간

"이삼십대 젊은 시절을 푸른 제복 속에서 보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이 망각의 피안으로 사라져 버리고, 즐거운 추억들만 남았어요. 다시 그곳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필은 젊은 시절을 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됐죠."

 

남천 진원종씨(65·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회장)가 등단 10년 만에 내놓은 첫 수필집「그곳에 가고 싶다」. 박꽃의 꽃말처럼 '기다림'으로 곰삭힌 글이다. '숲이 좋다','아버지의 유품', '길', '기다림', '그곳에 가고 싶다', '호주머니 속의 행복' 엔 젊음과 순수를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 담겼다.

 

강원도 화천 삼거리가 그의 첫 부임지. 경남 좌천에서의 해안 근무, 경남 창원, 경기도 포천, 월남의 퀴논에 이르기까지 더플백 하나 맨 전속의 여정 속에서도 알뜰살뜰 꾸렸던 신혼 살림, 군번에 관한 소회 등 추억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얽매여 있던 직장생활을 벗어났을 땐 영화'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고 했다. 양팔을 높이 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마치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

 

퇴직 후 그는 7년간 주부학교 야학교사로도 활동했다고 적었다.

 

"버스 노선 보는 법, 편지 쓰는 법, 은행에서 돈 찾는 법 등을 깨우쳐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뒤늦게 삶의 보람에 눈뜨게 됐습니다. '죽는 날까지 공부할 거에요.' 하던 한 학생의 한 마디가 마음에 남아, 저 역시 흐트러지고 싶을 때 마다 저를 다잡는 말로 삼고 있습니다."

 

3년 전 전주문화재단에서 실시한'문화선비'에 응시, 최고령자로 만점을 받았을 만큼 다양한 삶의 향기를 풍기는 이다.

 

그는"수필이 정체성을, 인간의 바른 길을 찾아가기 위한 노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며 문학의 길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