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2050] 전주 서신동 주민자치센터 '아미고스 기타 합주단'

아름다운 선율처럼 삶도 감미로워져요

전주 서신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는 '아미고스 기타 합주단' 회원들. (desk@jjan.kr)

우연히 시작됐다.

 

30∼50대 아줌마들이 '밥'대신 '감동'을 선물한다.

 

매주 두 번씩 서신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클래식기타에 몸을 묻는 이들.

 

'아미고스 기타 합주단'이다. '아미고스'는 스페인 말로 친구다.

 

악기 하나 다루고 싶다는 소망을 마음에만 품은 채 어느새 40∼50대가 된 주부들이 뒤늦게 클래식 기타를 잡았다. 노래도, 다른 악기도 도전해봤지만,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

 

하나를 들으면 둘은 까맣게 잊어 버리는 대책없는 기억력과 무뎌진 손가락이지만, 이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열정에 앞섰던 지난해 11월 함께했던 이들은 40여명. 단기간에 실력이 '쑥쑥' 커나가진 않는 터라, 절반밖에 남지 않게 됐지만 결석생이 거의 없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으로 가담한 유일한 남성 송재면씨도 매주 월·목요일(오전 10시 ∼ 낮 12시)마다 빠지지 않고 연습에 몰입하고 있다. 회원들은 청일점인 그에게 회장직을 맡겼다.

 

"학창시절 청바지 입고 통기타를 연주했던 가수들이 많았어요."

 

"합창 단원으로 활동해왔지만, 기타에 아련한 향수가 있어 발길 돌렸죠."

 

처음엔 코드 잡는 방법도 어렵고 손가락 끝은 아프고 힘들었다고 했다.

 

배워도 잊어버리기 일쑤인 기억력 탓에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몰입, 현재는 답답하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는 하나의 작은 오케스트라. 특히 '아미고스 기타합주단'은 세 파트로 나뉘어서 연주하다 보니, 서로 호흡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

 

수업이 끝나도 남아서 연습 도중 잘 모르는 부분에 관해 서로 묻고 격려하는 등 기타로 친목 도모까지 일석이조.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도 기대 이상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김경희씨(35)는 "어린이날 시아버지 제사 때 시댁 식구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기타로 '모닥불'을 연주했었다"며 "무뚝뚝한 집안 분위기가 연주곡 하나로 화기애애해졌다"고 말했다.

 

클래식기타는 1·2·3번 줄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쉽게 끊어진다. 줄이 끊어지면 연습을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줄 교환비용이 좀 들긴 해도, 열심히 연습했다는 증거로 여기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포크기타는 피클을 이용하는반면 클래식기타는 손톱으로 튕기기 때문에 손톱관리가 관건이다.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문성씨는 "왼손 손톱은 짧게, 오른손 손톱은 길게 관리하는 것이 요령"이라며 "특히 주부들이 손에 물을 자주 담그다 보니 손톱이 쉽게 갈라지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메니큐어나 손톱강화제 등을 바르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연습을 통해 연주가능한 곡은 '시바의 여왕' '캐논' 'Love is blue'.

 

연습 때문에 현재까지 연주회를 갖진 못했다. 가까운 여름 혹은 연말에 연주회를 열어보는 게 소박한 바람. 감미로운 기타 선율로 곡을 선물하면 좋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문의 010 6657 7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