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박쥐',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황금종려상 미카엘 하네케감독의 '하얀 리본'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후 2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아 두 차례 모두 본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는'올드보이'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베를린 알프레드바우어상)에 이어 3번째로 본상을 받게 됐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아무래도 저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면 멀었나 보다"라고 말문을 연 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창작의 즐거움뿐이다. 창작의 즐거움이 영화를 만드는 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두 편 흥행에 실패한 이후로 오랜 세월 영화를 못 찍었는데 세번째 영화 이후 지금까지 영화를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그 즐거움의 마지막 단계가 칸 영화제"라며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이자 최상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 씨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주연배우 송강호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고 시상식장인 뤼미에르 극장으로 입장하면서는 영화제 측 리포터의 질문에 "엑상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하고 왔는데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흠뻑 느끼고 왔다"며 "그 들뜬 기분 그대로 오늘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 예상에 대한 질문에는 "듣기로는 62년 칸 영화제 역사상 경쟁 부문에초청된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라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칸 영화제에서 공식 경쟁부문에 8차례 진출했던 한국영화가 본상을 받은 것은 4번째다.

 

한국영화는 칸에서 2002년 '취화선'(임권택)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쥐'는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이 흡혈귀가 되고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줄거리의 치정극으로,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 이후21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독일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이 수상했으며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피쉬 탱크'가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역대 최다인 10편이 초청된 가운데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박쥐' 외에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3등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