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우울증, 가정파괴 '시한폭탄'

병으로 인식못해 발견·치료 늦어 이혼 등 초래…병원 찾는 것이 완치 첫걸음

올해 결혼 9년차인 김모씨(29·전주 송천동)는 기다렸던 둘째 아이를 어렵게 가졌다. 김씨는 임신기간 내내 조산사 지도를 받아 순조롭게 출산했다.

 

그러나 출산 직후'우울증'이 찾아왔다. 가족들은 김씨가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기 때문에 회식이나 모임에 나가지 못한줄 알았다.

 

남편은 짜증을 잘 내던 아내가 허공을 내다보는 등 이상한 낌새를 느껴 김씨의 기분을 전환 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친정엄마가 살림을 대신 맡고 가끔 데이트에 나섰지만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김씨는 이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6개월 째 반복하고 있다.

 

김씨는 "가족들도 지쳐 지금은 서로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 상태에 와 있어 기분이 나아지는 척 해야 할 때도 있다"며 "치료에 기약없는 우울증이 언제 끝이 나야할지 몰라 막막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경기 침체여파로 실직한 남편이나 취업을 못한 자녀를 지켜보는 주부들이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를 받는 등 주부 우울증이 크게 늘면서 원인과 형태도 다양화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과 환자가 우울 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발견과 치료가 지연돼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한모씨(56·전주 팔복동)의 경우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아들을 서울 고시학원으로 보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대출을 받아 5년째 학원비와 생활비를 보내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후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남편과도 헤어졌다. 현재 우울증 때문에 벌이를 하지 못해 지인들의 도움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호르몬 분비의 영향으로 주부우울증, 갱년기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어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제때 치료하기 않아 병이 깊어지는 경우도 많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의 경우 전문의를 찾아 약물과 생활 치료를 병행하면 거의 치료가 가능하다"며 "스스로 심각성을 알고 병원을 찾는 것이 완치의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