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27일 오후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에 강연자로 나서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이야기는 운동과 변화, 나아가서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은 자기현시(顯示)의 가장 효율적인 양식으로 이야기를 발명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 분야에서 무언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는 여러 장르가 함께 활용하고 있으나 이야기 하기의 소비시장에서 보면 소설 이외의 장르는 파생상품일 뿐"이라며 "여전히 여러 장르에서 이야기가 그 본질적인 요소들을 압도하며 감동과 교훈의 전초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서도 패배하지 않는 이야기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기되는 '소설의 위기'와 관련해 "다른 표현양식을 가진 장르가 수용하는 이야기와 소설의 요소로서의 이야기를 제로섬 관계로 이해한 탓"이라며 "다른 장르가 이야기를 갈가리 찢어가 버려 소설의 몫으로는 찌꺼기만 남게 되리라는 예단이 소설의 위기로 과장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각기 다른 장르에 수용되는 이야기들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이야기에는 나눌수록 커지는 위대함이 있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