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고재흠씨 수필집 '초록빛 추억' 솔향기 물씬

수필가 고재흠씨(73)는 소나무 같다.

 

150년 된 소나무가 그의 정원에 비스듬히 누워 있어 동네 사람들은 그의 집을 '소나무집'으로 불렀다. 자녀들과 운영하는 홈페이지 문패마저 '소나무집 5남매'.

 

모진 풍상을 견뎌내고 천년을 꿈꾸는 솔처럼 지조와 절개, 꿋꿋한 기상이 서린 삶을 닮고 싶어해서다.

 

10년 만에 내놓은 첫 수필집 「초록빛 추억」(신아출판사)엔 솔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전북일보에 칼럼을 연재한 것을 보고 곽병술 선생이 추천해 등단하게 됐습니다. 글은 내 삶을 중간 점검하게 하는 기회가 됐죠. 올해 1월 연로하셨던 어머니가 눈을 감으시자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문학성이 미흡해 책을 출간하는 것이 만용이 아닐까 조심스러웠습니다. "

 

그가 지나온 세월은 녹록치 않다. 8·15 광복, 6·25, 9·28 그리고 4·19, 5·16 등 격동기를 통해 험난한 파도를 거쳤으나, 다행히도 목숨만은 살아남았다. 9·28 수복 때 변산반도 내변산 일대 경찰과 빨치산의 격전장이 되어 4년간 피난생활을 하며 통한의 세상 풍파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희망이며, 사람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은 견고해졌다.

 

'칠순 마당발'로 불리는 그는 현재까지 470쌍이 넘는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을 드나들면서 꽃을 지켜봐왔던 그는 '봄의 소리 봄의 몸짓', '비에 얽힌 초록빛 추억'을 통해 연애편지에서나 읽어볼 수 있는 나긋나긋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봄의 몸짓을, 초록빛 추억을 적었다.

 

'목탈심상(目脫心賞)', 즉 자연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아온 깊이있는 눈썰미가 반영된 것.

 

'돌탑', '꽃과 사람', '가을 경복궁', '소나무집 5남매' 엔 지인들에게 소주라도 한 잔 하자며 손을 끄는 정겨운 인간적인 면모가 담겼다.

 

지난 22일 열린 출판기념회엔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 이동희 전북문협회장 등 지인들이 참석, 늦깎이 등단을 축하했었다며 지인들의 각별한 배려가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부안 출생인 그는 200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부안문인협회 부회장, 행촌수필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전북수필문학회 부회장, 전주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내변산 가시오가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