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잘 가시오, 노무현! - 조상진

"그의 죽음과 함께 우리 모두의 일부분이 죽었습니다."

 

1963년 미국의 존 F.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M.난스필드가 한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직도 더 일할 63살의 나이로 서거했다. 그것도 자기가 태어나고 꿈을 키웠던 김해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날린 것이다. 퇴임 뒤 고향마을로 돌아와"참,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던 것이 불과 1년밖에 안되었는데….

 

난스필드의 말을 빌면, 그와 함께 탄탄한 줄 알았던 우리 민주주의의 일부분이 죽었다. 또 권위주의 타파도, 정경유착과 권언유착 근절도, 남북평화도, 지역균형발전도 죽었다. 아니, 그의 죽음을 딛고 다시 꽃 피워라고 그가 대신 죽은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고 썼다. 또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는 말을 남겼다.

 

14줄에 불과한 그의 시는 어느 시인의 시보다 더 시적이다. 어느 신앙인의 말보다 더 종교적이다.

 

숱한 영웅 호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동양 최고의 역사서를 남긴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마다 한번의 죽음은 있다. 그러나 죽음이 태산보다 중할 때와 혹 깃털(鴻毛)보다 가벼울 때도 있다. 죽음을 쓰는데 그 의의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죽음을 태산보다 더 중하게 썼다. 유족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죽음은 풍운아요, 진짜 사나이 노무현다운 죽음이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그의 허물을 '포괄적 뇌물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망신주기로 일관한 검찰, 죽은 권력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고 뜯고 마음껏 조롱한 보수언론, 그것을 방관하며 즐긴 정권 담당자들에게 그의 죽음은 마지막 항거였다. 그를 지켜주지 못한 국민까지를 포함해 모두가'포괄적 살인죄'의 공범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갔다.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갔다. 오늘 우리는 국민장으로 그를 보내려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장례식은) 공경으로 하는 것이 제일이요, 슬픔으로 하는 것이 그 다음이요, 울다가 지쳐서 병이 나는 것이 제일 못하는 것이다"

 

항상 약자편에 섰던 그를 우리는 공경으로 보내며 그의 뜻을 잊지 말자. 잘 가시오. 위대한 바보, 노무현!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