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든 시절, 기술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부채 만드는 일이었다. 평생을 합죽선을 만들며 살아온 전라북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죽우(竹雨) 이기동씨가 1일 오전 7시 17분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30년 전남 장성군 북이면에서 태어난 이씨는 열한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함께 전주로 옮겨왔다. 열일곱살에 부채를 잡기 시작해 은근하면서도 질긴 작업의 과정이 싫어 여러번 도망치기도 했었지만, 결국 부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됐다. 1991년 명장으로 인정받았으며, 1993년 전라북도지정 무형문화재가 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풍이 왔지만, "합죽선은 단순히 더위를 쫓는 도구가 아니라 조상들의 삶의 양태가 배인 문화유산"이라며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작업을 쉬지 않았다.
이씨는 우리나라 유일의 합죽선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첫 개인전은 2007년. 부채를 만들어 온 지 60년 만의 일이었다. 입에 풀칠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합죽선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꼬박 한 달을 매달리는 이씨로서는 전시장에 내놓을 만큼 많은 양의 부채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2007년에는 전주시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했으며, 같은 해 전주시민의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부채 만드는 일을 손에서 놓치는 았았던 이씨는 자신의 뒤를 잇고 있는 아들 신입씨와 사위 한경치씨에게 "부채를 버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전주 모악장례문화원. 발인은 4일 오전 10시며, 장지는 진안군 동향면 선영이다. 063) 285-3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