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담당경찰 1명, 법의학 이호 교수, 무게와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두 명이 부검을 하게 된다. 부검자체가 증거와 기록의 전쟁이었다.
베드에 놓여진 시신을 눈으로 검안했다. 먼저 복부를 절단한 후 사진을 찍었다.
칼과 가위가 나란히 놓여진 부검실에서는 생전 입수냐 사후 입수냐 근거를 찾느라 분주했다. 각 장기를 꺼내고 분석한 후 채취한 혈액을 용기에 담았다. 세세한 증거들을 찾는데 날카로운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간간히 뼈를 잘라내는 소리와 시체에서 나오는 황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것 조차 잊었다. 폐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현상과 십이지장 등에서 나온 물을 확인했다. 복부내부에서 꺼낸 장기들은 각각 썰어내 무게를 쟀다. 위에 남아있는 구토물도 샘플에 담았다.
떼어낸 장기 조직을 통해 동맥경화가 심했고 당뇨로 인한 혈압이 높다는 근거를 찾았다. 그 때마다 사진과 차트에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부검이 진행되는 사이마다 의견을 교환하고 기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두개골을 절단해 뇌안에 있는 사골 등에서 물을 빼내는 과정 등도 기록과 증거를 남겼다. 부검이 끝나자 시신의 모습을 최대한 복구한 이들은 유족측에 설명하는 것으로 부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