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

배울 것도 볼 것도 '형보다 나은 아우'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한 장면. (desk@jjan.kr)

▲ 박물관이 살아있다2 (액션, 코미디/ 104분/ 전체 관람가)

 

형보다 나은 아우다. 반복되는 패턴 때문에 후속편은 거의 찬밥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던 선례를 볼 때 이번 영화는 그것을 뒤집었다.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벤 스틸러가 이어가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두 번째 편은 흥미로워진 이야기와 더 커진 스케일이 더해져 벌써부터 1편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으려 한다. 벤 스틸러가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배경이 세계에서 가장 큰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가면서 촬영하는 동안 그 규모와 전시에 배울점이 많았다'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교육적으로도 눈요깃감으로도 전편보다 낫다는 평.

 

비록 미국의 역사지만 재미있게 알아가는 사실 하나하나가 새롭고 즐겁다. 전시물이 깨어나는 것 말고는 등장인물이나 얽힌 이야기들이 거의 다 역사 내용 그대로이니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

 

전편에서 소심한 자연사 박물관 야간경비를 맡았던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는 '자체 발광 플래시' '분실 불가능 열쇠고리'등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데일리 디바이스의 CEO가 되는 인생역전을 맛본다.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있던 자연사 박물관의 친구들을 오랜만에 찾은 래리. 하지만 이미 박물관은 보수를 위해 문이 닫혔고 친구들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지하 보관실로 가기 위해 포장돼 있다. 래리의 친구들이자 박물관의 전시품인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아크멘라의 석판'은 자연사 박물관에 남게 돼 친구들은 영원한 잠에 빠질 위기. 하지만 전편의 장난꾸러기 원숭이는 석판을 몰래 훔쳐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가게 되고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들이 깨어나게 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제 문제는 석판을 차지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이집트의 5대 왕 카문라와 래리, 그리고 카우보이 제드(오언 윌슨),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 등 전시품 친구들의 전쟁이다.

 

주인공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은 새로 등장한 에이미 애덤스를 제외하고 전편과 똑같다. 1편을 본 관객이라면 연관성 있는 스토리에 반가움을 느낄 것이고, 보지 않았다면 박물관 친구들과 래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영화 초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별개로 진행되는 사건인 만큼 금방 적응가능하다. 특히 1편이 '박물관의 전시품이 움직인다'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이야기였다면, 2편은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조금은 심오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어 교훈적이기까지 한다. 진짜 행복이 뭔지 알면서도 그곳에 도달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다. 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지침서가 될 것.

 

앞서 말했듯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가장 큰 묘미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 전시된 인물들, 특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링컨이나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등이 등장하면서 흥미를 끈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에이미 애덤스)와 영화 '대부'에서 본 적 있는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흑백 영화의 주인공답게 이 영화 안에서도 흑백으로 등장한다)도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전편보다 더 흥미로워진 것은 또 있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들이다. 유명한 아이젠슈테트의 사진 '승리의 키스'가 살아 움직이고 주인공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할 뿐더러 그림 '우는 여인'은 제목처럼 끊임없이 울고 있다. 주인공에게 날아드는 창을 피해 그림 속 사람들도 몸을 숨기고, 그림 안의 바닷물을 모두 쏟아 내버려 물이 말라버리는 장면까지 무한한 상상력에는 박수를 쳐줘야 할 것 같다.

 

물론 1편에 이어 유치하다거나 어린이 영화라는 독설을 면하기는 힘들겠지만, 전체관람가답다. 유치함 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유행어를 아무렇게나 붙인 듯한 자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