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청소년 자기계발서가 경제체제 강요"

문화평론가 서동진교수 '계간 창비어린이'서 주장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렇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처세술을 가르치는 자기계발서가 계속해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이 성장기의 청소년들을 현재의 경제체제에 맞는 개인으로 길들여 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화평론가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어린이 문학 비평전문지인

 

「계간 창비어린이 2009 여름호」에서 '신세계의 어린이문학, 자기계발문학' 비평을 통해 오늘날 자본주의가 '자기계발의 윤리'를 개인에게 강요하고 있으며 어린이 문학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적 자본'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요즘 사회의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自己)에 초점을 맞추며 모든 이야기를 '자기를 대하는 나의 이야기'로 바꿔 버린다는 것.

 

어린이문학에서 최근 명사(名士)문학이 위인전을 대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위인전은 시대의 덕목이나 가치를 변화무쌍한 인생에서 펼치는 위인들을 보여주지만, 명사문학은 영웅적 개인이면서도 '나는 나다'라는 자폐적인 세계에 갇혀 있는 인물들의 판박이 같은 삶을 보여주는 동어반복"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에 대해서도 "웃음의 십계명, 긍정적 사고방식, 칭찬하기 같은 자기계발과 관련한 경영학 혹은 심리학적 지식들이 쏟아내는 테크닉들이 뒤섞여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자기계발서가 위험한 것은 새로운 경제체제가 자신에게 걸맞은 사람의 꼴을 빚어내고자 만들어낸 대표적인 글쓰기의 장르이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문학이 경제적 삶의 세계가 강요하는 모습을 은연중에 쫓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화평론가 이명석 씨는 '착한 어린이만큼 재미없는 게 있을까' 비평에서 현재 만화 속 어린이 주인공들은 어른을 능가하는 천재적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 지향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지금의 아이들은 '나쁜 짓은 하지 않을 테니 내 방에서 뭘 하든 신경쓰지 마'라는 비겁한 협정을 어른과 맺고 있다"며 "만화의 근원적 힘은 순수함과 무모함, 상상력 등 어린이의 잠재력에서 나온다. 소년과 소녀는 그런 꿈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다.

 

창비어린이 여름호는 창간 6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이야기가 있는 동시'에 이상교, 김용택, 윤동재, 안도현, 김은영, 서정홍, 안학수, 김응 등 중견과 신인 시인들이 이야기를 담아 쓴 시들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