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꽃보다 더 푸르고 석류 속보다 더 붉은 호국영령의 넋과 정신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이 고창에서 마련됐다.
스무살 젊은 나이에 전투경찰로 입대, 전북경찰의 마지막 대간첩작전이었던 구시포작전'에서 무장공비를 토벌하던 중 전사한 3인이 추모비의 주인공. 1975년 9월 11일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해수욕장인근 해안으로 침투한 무장공비와 교전 중 사망한 전투경찰 김갑중·양규식·임동표 일경 등 고인 3명을 기리는 추모비가 10일 교전 현장에 세워졌다.
세 사람은 전북대 동문으로 당시 양씨(섬유공학과 3년)가 23살, 김씨(무역학과 4년)와 임씨(금속공학과 2년)는 21살 동갑의 전도유망했던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군복무를 위해 전투경찰대 교육을 마치고 고창으로 배치된 지 며칠 만에 무장공비 토벌작전에 참여했다가 전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2년 뒤인 1977년 세 전우와 함께 했던 전경대 17·18기 동기생들이 성금을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도비를 세웠다. 전북대 교수로 이들의 은사였던 가람 이병기 선생의 추모사가 스며든 이 비는 1984년 추모비 주변에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해안가로 축소 이전돼 유족은 물론 경찰,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경찰서(서장 김영일)는 건립된 지 30여년이 지나 퇴색하고 부대 내에서 홀로 서있는 충혼비를 안타깝게 여겨 정비사업을 적극 전개했다. 고창군과 전북도에서 예산 3000만원을 지원, 부대가 아닌 구시포해수욕장 옆으로 자리를 옮겨 추모비를 확장한 것.
김영일 서장은 "세분 호국영령께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참된 가치와 나라를 위해 희생하여야 할 때를 확실히 알고 진정한 애국의 길을 보여주셨다"면서 "앞으로 유족과 연계해 추모비 관리 및 정비에 앞장서 호국정신과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경찰서는 이날 현지에서 '경찰 추모비 제막식'을 열고 호국영령의 뜻을 되새기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이동선 전북경찰청장을 비롯해 한웅재 고창군 부군수, 임동규·고석원 도의원 김갑성 군의회 부의장 이만우·박래환·김종호·김범진 군의원, 유족과 경찰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동선 청장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참된 가치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신 거룩한 그 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