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산골마을에서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을 고향의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에 써 달라"는 故 김금환(62) 옹의 뜻을 받들어 마련된 노인위안잔치.
세상은 떠났지만 고향의 어르신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싶어했던 망자의 유지에 따라 동향면(면장 유근주)이 10일 구량교 부근에서 마련한 위안잔치에는 65세 이상 지역 어르신 500여 명이 초청됐다.
이 행사를 위해 고인의 동생인 김종환씨(진안군청 의회사무과 근무)는 형(금환)을 떠나보냈던 지난 4월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 500만원을 동향면에 기탁했다.
종환씨는 당시, "형님이 갑작스런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시기 전,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꼭 잔치를 열어달라고 하셨다"라며 고인의 유언을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유지는 지금으로부터 3년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약속이기도 했다"면서 "어머니 또한 생전에 '넉넉친 않지만, 고향 분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드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밝혔다.
이 잔치에 초청받은 김일순(77) 할머니는 "친자식들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려는 세태인데, 어찌 남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감개무량할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종환씨는 "이 행사를 통해 형님의 뜻이 잘 전달돼 경로효친 분위기를 조성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무엇보다 형님의 유지를 받들게 됨을 가장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뜻 깊은 행사를 있게 한 故 김금환씨는 농업직 공무원으로 30여 년을 고향에서 봉사하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