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 김용배

김용배((사)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 사무총장)

 

남원시 대강면 약수정사 밑에서 매실농원을 하시는 선배님 집을 방문한 것은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이었다. 봄날답지 않게 더웠던 그 날 집사람과 친구내외 여섯이서 선배님 농원을 찾은 것은 농원구경도 할 겸 돋아나기 시작한 고사리를 꺾기 위해서 였다.

 

대강면을 흐르는 섬진강줄기 건너편은 전남 구례군 곡성면이다. 때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매운탕 집을 가기로 했는데 선배님이 근처 음식점이 아닌 강 건너편 곡성쪽에 있는 음식점에 꼭 가보자고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따라갔다.

 

곡성쪽에서 보는 대강면 국도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으나 흐르는 강물과 멀리 보이는 고리봉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했다. 매운탕을 시키고 소주 한 병 부탁했는데 전남 보해주조에서 만든 잎새주를 내놓았다. 그래서 하이트나 참이슬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심부름하는 아주머니 하는 말 "우리집은 다른 술 없어요!" 이러는 게 아닌가?

 

지난번 대강면쪽 매운탕 집에서 마신 술은 분명 하이트 소주였지만 그 집에는 참이슬도 있고 전남 술인 잎새주도 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에 나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선배님은 "이제 알겠는가? 무엇 때문에 강 건너 전라남도와 이쪽 전라북도는 흔히 마시는 소주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는가 말일세. 자네가 내 고장 상품 애용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이 집을 오자고 했네"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내 고장 상품 애용운동을 한답시고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포스터를 만들어 음식점과 관공서 등에 붙이며 애를 써도 우리고장에서 생산하는 하이트 소주는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항상 꼴등이다. 내 고장 상품을 얼마나 이용하는 지를 수치로 파악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소주이기 때문에 하이트 소주를 지표 상품으로 선택해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도 1소주 정책에 따라 서울 경기에 근거를 둔 참이슬은 78.1%, 전남 보해는 79.5%, 경북 금복주는 86.6%, 경남 무학은 74.1%, 충남 선양은 46.7%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전북의 하이트는 34.1%다. 이 자료는 2008년도 자도지역 자사주 평균 시장 점유율 내용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음식점에서 제일 많이 마시는 서민들의 술 소주를 통해 본 우리 전북 도민의 내 고장 상품 애용에 관한 의식 수준이다.

 

나는 지금까지 하이트 소주와 참이슬을 따라 놓고 맛의 차이를 알아내는 사람을 주위에서 본 적이 없다. 그 맛이 그 맛인 것 같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이야기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진로를 인수한 모기업 요청에 따라 하이트 소주 공장에서 참이슬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 관리업체인 하이트 소주의 판매전략이 뒤질 수도 있고 영업력이 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고장 젊은이 150여명을 고용하고 있고 지역농산물을 16억원 이상 사주며 200억원 이상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이 생산하는 소주를 우리 도민은 당연히 마셔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이로 인한 경제력 약화라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우리 전라북도의 경제현실에 조그마한 힘이라도 뭉쳐 전북경제를 살려보고자 뜻을 모은 사람들이 만든 (사)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에서 일을 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도민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내 고장 상품 애용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용배((사)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