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6일 억류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의 재판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자들의 신병처리를 북미관계와 연계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산주의는 외교문제를 항상 전략적 차원에서 요리하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란 동물의 세계와 그 시스템이 사뭇 비슷한 면이 있다. 큰 동물의 천적은 큰 동물이 아니라 의외로 작은 동물이다. 백수의 왕, 사자의 천적이 초원의 청소부라는 조그만 하이에나 떼라고 하며 코끼리의 천적이 우습게도 주먹만한 생쥐라고도 한다.
초강대국 미국의 천적은 미국 시민을 인질로 하는 나라들이다. 이번에 또다시 터진 미국인 인질사건은 과거 푸에블로호 사건의 악몽을 재현시키고 있다. 지난 2008년은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40주년이었는데 생존한 승무원 69명중 4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미 해군 첩보함이 1968년 1월 23일 북한의 함경남도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 해군에 납포 된 사건이었다. 당시 북한군의 공격으로 듀엔 호지스 라는 하사가 죽었고 나머지 82명의 승무원은 포로로 붙잡혀 온갖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 이후 북한과 미국의 수차례의 비밀 협상으로 그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들은 석방되었다.
북한은 지금도 미국에 대한 경각심과 우월감을 표시하면서 반미 교육용으로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에 전시해놓고 있다고 한다. 그당시 푸에블로호 승무원중의 한사람이었던 랄프 메클린토크는 "지금도 그 배는 공식적으로는 미 해군의 임무 수행중이므로 배가 돌아와야 우리의 임무도 끝난다"고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미국은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 자존심이 망가졌으나 개인의 생명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서는 북한 영해침범을 시인하는 선에서 끝냈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도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었다. 이번에 또다시 유사한 인질사태가 벌어졌으니 북한으로서는 호기(好機)를 다시 맞게된 셈이다. 북핵문제와 더불어 미국 오바마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려졌다. 우리로서도 반가운 일이 분명 아니다.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