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상태에 빠진 50대 장애인이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영면했다.
지난 20일 신장과 간 등을 이식하고 세상을 뜬 이영진씨(57·김제시 부량면)는 언어장애 4급으로 농사를 지으며 가족의 생계를 어렵게 책임지던 가장이었다.
이씨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0일. 생계를 잇기 위해 공공근로에 참여했다가 간식으로 나온 삶은 계란을 잘못 먹은 게 화근이었다. 계란이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한 이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소생하지 못하고 전북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결국 지난 20일 오후 3시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씨도 원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장기기증에 동의해 이씨의 신장과 간은 전북대병원 입원 환자에게 이식됐고 남은 신장도 원광대병원에서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돼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회복을 위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젊은 사람이 드문 농촌에서 그나마 젊은 층에 속해 동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고 공공근로와 농사일로 버는 돈으로 근검절약하며 가족을 보살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부인 신모씨는 "남편은 말이 어눌해 평소 표현을 못했지만 항상 가족과 이웃을 위하는 사람이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새 삶을 준 것을 하늘에서 크게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남편이 지난 10년간 가족들에게 표현하지 못한 말을 일기장에 써 남긴 것을 보고 더욱 슬펐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지난 5월말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7926명에 달하고 있지만 이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자는 119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