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선 시대, 우리는 이주민들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을까.
이주민 문제를 화두로 삼아온 시인 하종오 씨는 신작 「입국자들」(산지니 펴냄)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이주민들을 바라본다. 시인이 보는 이주민들은 불쌍하기만 한 존재도, 선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합법체류자가 되려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기를 꺼리며,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그대로 따라하기도 한다.
"합법체류 이 년 불법체류 팔 년 / 청년 때 가서 일해 돈을 모아 / 중년이 되어 돌아온 쩐주이호안 씨는 / 수리공들 일찍 출근시키고 늦게 퇴근시키고 / 봉급 적게 주며 미루었다가 / 제풀에 지쳐 떠나가게 만들었어도 / 오토바이는 제때 고치도록 했다" ('소자본가’)
대중매체나 소설 속 이주 노동자들은 단순한 피해자로 그려지기 일쑤지만 이 시들에서는 이주민들을 진정한 '사람’으로 보려는 시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외국 여성들 역시 마음 붙일 곳이 필요한, 진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자식을 볼 바엔 / 차라리 딸을 낳아 키우면 / 긴긴 타국살이에 여자끼리 /위로 될 수 있겠지 싶어 / 얼른 임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여권’)
책에는 이주민들과 맞대면하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 안에 그려진 한국인들 역시 이주민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다. 시인은 한국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신세가 다르지 않다고 꼬집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인 하디링랏 씨는 / 한국인 철진 씨가 안쓰럽다 // 철진 씨는 한국 수준으로 쓰니 / 모자라서 빌리러 다니고 / 하디링랏 씨는 인도네시아 수준으로 쓰니 / 송금하고 나머지로 먹고 입는다" ('비정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