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연극이 현대인의 철저한 고독 혹은 불안을 압축시켜 묘사했다면, 전북 연극은 신의 섭리를 경쾌하게 풀어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예총 전라북도연합회(회장 선기현)와 한국예총 경상북도연합회(회장 신상률)가 2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연극으로 다시 만났다.
경북 극단 OVER21(대표 김철문)의'해질 무렵'은 현대인의 소외감을 진지하고 차분하게 풀어낸 사이코 드라마였다. 사회성을 잃어버린 두 남녀가 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를 헤집으며 주변을 서성인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엔 시간이 다소 짧아 보였다.
전북 극단 명태(대표 최경성)의 락 뮤지컬 갈라쇼 '가스펠'은 딱딱할 법한 성경 구절을 재밌게 각색한 무대. 갈등과 반목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하느님 말씀이 내려지는 순간 부정은 긍정으로, 낙망은 희망으로 바뀐다.
서로 다른 무대미학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 여름 밤의 무대가 무르익었다.
1998년 시작된 '영·호남 교류 행사'는 올해로 10년 째 만남. 각 분과별 소속된 협회들의 공연과 전시로 정치적·경제적 장벽을 뛰어넘는 깊고 폭넓은 소통으로 이어져왔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일 년에 딱 한 번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쉽지 않은 만남이기에 더 기다려졌다"며 "예술로 하나되는 영·호남의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상률 경북예총 회장은 "10년이 짧지만, 이것이 이어질수록 진정한 벗으로서 할 말이 많아질 것"이라며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자리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7일 이들은 전주한옥마을과 남원테마파크를 방문,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맛과 멋을 즐겼으며, 남원국악예술고 공연으로 갈무리했다.
이날 행사엔 김완주 도지사,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신상률 경북예총 회장,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각 분과별 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