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의 신비를 벗기는 '심마니'. 5월부터 7월까지 이들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남원에서 활동하고 있는'심마니' 김진호씨(54·남원시 인월면) 역시 요즘 분주하다. 긴 머리에 턱수염, 구도자를 연상시키는 외모 덕분에'심마니' 같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를 사주와 주역을 점치는 이로 착각해'김도사'로 부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괘념치 않는 그다.
참살이 열풍도 있지만, 각종 암을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심마니'가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씨가 '심마니'가 된 것은 10년 전 산림청에서 '숲가꾸기 사업' 계약직에 근무하면서부터. 아내와의 이혼, 사업실패로 술에 절어 살면서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심마니'를 하면서 삶의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다. "'심마니' 하면서 산삼을 먹었던 게 술로 찌든 몸에 기력을 되찾게 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심봤다!''심봤다!'라고 외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온다며 약초의 신비함 때문에 삼이라는 뜻의 은어를 사용해서라고 설명했다. 5년 전 그 역시 산삼을 발견하고서 너무 감격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심봤다'를 크게 외치게 됐다고. 하지만 부정이 있으면 삼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행동에서도 금기가 많다고 했다.
우선 개고기나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되고, 뱀이나 벌레 같은 것들을 다치게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입산할 때 상가집에 가서도 안되고, 산삼을 캘 때엔 삽이나 호미 같은 기구 대신 손으로 직접 파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심마니'들은 보통 심성이 착하고 순수하며 한가지 밖에 모르는 외골수 성격을 띈 사람들이 많다며 대개 산삼을 발견할 경우는 꿈을 통해 계시(?)를 받는다고도 했다.
"상여 나가는 꿈이나, 털이 있는 짐승의 꿈, 무(채소)를 얻는 꿈이 좋은 꿈이죠. 생시에선 등골이 오싹하지만 송장을 짊어지고 하산하는 꿈도 좋고, 산삼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꿈, 까마귀 꿈은 아주 좋은 꿈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꿈, 무를 남에게 주는 꿈, 지팡이가 부러지는 꿈은 나쁜 꿈으로 여겨 입산도 취소할 때가 있죠."
그는 큰 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몸과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준다며 그것이 뒤늦게 깨닫게 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 장사꾼으로 남기 보다 신이 내어 주는 대로만 만족하고 살아가는 진짜'심마니'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나숙희 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