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만금에 상생의 문화를 꽃 피우자 - 최용현

최용현(순천향대 교수)

 

새만금 개발사업은 지난 20년 가까이 많은 논란과 갈등을 불러왔다. 개발여부를 둘러싼 지루한 싸움은 결국 지난 2006년 대법원의 판결로 막을 내렸으나 모든 갈등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갈등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지 못하고 법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땅에 진정 민초들을 위한 리더쉽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말로 예정된 방조제 개통을 앞두고 이제 크고 작은 새로운 논란과 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의 논란이 개발을 둘러싼 원론적인 논란이라면 이제는 수면아래 잠겨 있던 토지가 들어나면서 이 땅에 살고 있는 민초들의 생활과 직결된 보다 현실적인 논란이 아어진다.

 

이 같은 일들은 정작 시민들의 의견은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사업이 몇몇 당국자들의 책상 머리에서 , 아니면 밀실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는 광경을 우리는 방폐장 문제와 관련된 부안사태에서도 목격했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방식을 고수하는 것 같아서 그 후유증이 두려울 따름이다.

 

군산대 김성환 교수는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새만금문화권’이란 저서에서 "여의도 면적의 140배라는 거대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자기들끼리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이 속닥거려 방안을 만든다"라고 지적하고 "여러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창조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새만금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계적 모델로, 미래의 삶을 여는 큰 그릇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행정구역 선정과 관련한 문제들은 밀실행정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새만금이라는 명칭은 김제 만경평야를 일컫는 금만평야의 금만을 뒤집고 새롭다는 뜻으로 '새’를 붙여 작명했다고 한다.

 

새만금이 태생부터 김제 만경과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증명해 준다.

 

그런데도 정작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토지의 13.2%만이 김제시로 귀속되고 71.1%는 군산시에, 15.7%는 부안군에 돌아간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33km의 새 방조제는 군산시가 28.3km, 부안군이 4.7km를 차지하고 김제시는 해안선이 한치도 없는 내륙도시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행정구역이 처음부터 이처럼 정해져 있었다면 김제 앞바다를 막는 공사를 환영했을 김제시민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고, 새만금 사업은 애시 당초 첫 삽을 뜨기 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역주민이 참석하는 공청회 한 번 없이 새만금 산업지구와 관광지구 등을 기존의 군산산업단지와 합해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으로 자정해 버린 전북도의 의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민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할 전북도가 관할권이 넘어오기도 전에 구역을 결정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새만금 사업 효과는 김제,부안,군산뿐만 아니라 멀리는 무주,장수,남원에 이르기까지 전북도내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것이 새만금을 공존과 상생의 땅으로 만드는 길이다. 행정구역 문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합리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발의 효과가 특정지역에 독점적으로 쏠리게 되어 있어 그 부작용이 대단히 염려스럽다.

 

새만금은 특정지역이 아닌 전북을 위한,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대역사이다. 금만평야로 상징되는 이 지역이 과거 농경사회에서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곡창이 있듯 새만금은 21세기 고도산업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의 땅이 되어야 한다. 새만금사업은 어쩌면 내부개발을 시작하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의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원대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를 세우는 리더쉽이 지금 필요한 까닭이다.

 

/최용현(순천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