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연구 향토사 정리하고 싶어"

고창 지역학연구소 연 이기화 前 고창문화원장

종심(從心)을 훌쩍 넘긴 향토사학자가 여생을 고향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연구소를 창립했다. 지난 4일 고창 지역학연구소 창립총회를 연 이기화 전 고창문화원장(75).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향토사가가 제일 잘 압니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이어왔던 고창 향토사 연구를 정리하고픈 마음에 지역학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고창의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1963년부터 지금까지 오롯이 고창의 향토사를 조사·발굴하고 알려온 이 전 원장의 행보에 이날 뜻을 함께 하고 동참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조병엽 (전 조선대 대학원장)박사를 비롯해 조각가 김수현씨, 김환기 (전 전북대 공대학장) 박사, 전원범 (광주교육대학 대학원장) 시인 등 고창 출신 문화예술인과 교육계 인사들이 창립 발기인 대표로 참여했다. 또 관내 물화예술인과 출향인사 47명이 회원으로 활동, 이날 초대 소장으로 뽑힌 이 전 원장의 활동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데다 인생을 정리해야할 노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했지만 그의 고창 향토사를 향한 열정을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집단은 성씨이구요. 고창을 입향조로 하는 성씨 550여개를 정립할 예정입니다."

 

지난 1980년과 1990년대 중반, 지난해 등 30년 동안 세차례에 걸쳐 고창의 성씨를 조사, 발굴해 '고창성씨책'을 발간한 그는 "고창의 입향조를 정리하다 보니 유배됐던 선비들이 숨어들어와 살던 성씨가 많았고 고려족들도 고창에서 은거한 기록도 심심찮게 발견된다"면서 "앞으로 고창에 서려있는 유배문화와 은거문화를 집중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1963년 고창문화원을 개인적으로 설립, 향토사 연구에 발을 내딛었으며 지금까지 오거리당산제 재연과 고창읍성 축성연대 규명, 동리 신재효 선생 연구 등에 앞장섰으며 전봉준 장군의 생가가 고창임을 밝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