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에서 마이바라 쪽으로 1시간 30분쯤 가면 일본의 호수 중 제일 크다는 비와 호수를 끼고 있는 나가하마라는 도시가 나온다. 나가하마는 1998년과 2001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마을'을 설문한 결과,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역사와 전통을 살리고 문화와 예술성이 풍부하며, 가로경관이 매력적인 시가지"라고 평했다.
앞서 소개한 도쿄나 요코하마, 가나자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나가하마란 도시와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특히 지역의 오랜 축제를 살리기 위해 도시 재생을 결심하고 전혀 역사가 없던 유리공예를 과감히 들여온 결단력과 현명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가하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든 나가하마성 아래 형성된 도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요시이 시게히토 나가하마상공회의소 이사는 "나가하마를 계획적으로 개발했던 사람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두번에 걸쳐 한국에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며 "이 점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가하마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나가하마 역시 과거에는 인구 규모에 비해 중심시가지의 상업 집적도가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일본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이용이 늘어났고, 복잡한 중심보다는 교외 개발이 많아졌다. 나가하마의 도시 개발은 기존 중심가에 있던 대형마트 2곳이 1974년 교외로의 이전을 신청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가하마 중심상점가에 있는 구로카베 사거리는 '사람 네 명에 개 한마리 통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쇠퇴하고 있었으며, 관광객도 없었다.
나가하마의 도시재생을 중심적으로 이끌어온 요시이 시게히토 나가하마상공회의소 이사는 "나가하마 중심가에서는 400년 전부터 히키야마 마쯔리란 전통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축제를 위해서라도 기존 중심가를 지켜야만 했다"고 말했다.
요시이 이사는 "나가하마 같은 지방도시의 경우 상업시설만 개발할 수는 없어 도시 전체를 재생하자는 개념을 가지게 됐고, 역사와 문화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마을 매력을 창출하기 위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시가지 전체를 매력적으로 꾸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찌쯔꾸리의 기운이 일어난 것이다.
1982년 9월 도시활성화를 위한 네가지 대책이 마련됐다. 첫번째는 인구 증가를 목적으로 한 공장 유치와 학교 유치였다. 다행히 나가하마는 지하수가 많고 대도시인 교토와 오사카를 잇는 교통편도 좋아 17개의 회사가 나가하마로 이전했으며, 바이오대학도 유치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통과형에서 체재형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호텔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나가하마성 옆에는 로얄호텔이, 나가하마역 앞에는 지역자본의 그린호텔 예스 나가하마라는 비즈니스호텔이 건설됐다.
세번째는 민간에서 기대를 가지고 나가하마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시의 기반을 정비하는 것으로, 행정을 중심으로 도로나 공공하수도, 공공시설 등을 배치했다. 네번째는 기존 중심시가지 상점가의 활성화 대책이었다.
요시이 이사는 "나가하마가 도시활성화에 성공한 것은 이 네가지 대책을 세운 것도 주요했지만, 무엇보다 무조건 큰 투자를 지향하기 보다는 나가하마에 알맞은 규모로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업을 중심으로 재개발할 경우 결국 대자본에 지게돼 있기 때문에 관광중심의 도시 재생을 목표로 했다.
1985년에는 '나가하마 지역 상업근대화지역 계획'에 착수했으며, 1년에 걸쳐 중심시가지가 쇠퇴한 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요시이 이사는 "나가하마에는 1965년 이후부터 다양한 재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무엇 하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그 당시 1990년이라는 기한을 설정해 그 때까지 이 계획 중 몇가지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나가하마 시가지는 두 번 다시 재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나가하마의 도시 재생은 주체에 따라 3개의 흐름이 있다. 나가하마시와 나가하마상공회의소, 상가들이 협력해 만든 기구와 20세부터 40세까지 나가하마의 경영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청년회의 '21시민회의', 100년 전 설립된 은행건물을 활용해 유리공예를 지역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구로카베 운영단체 등으로, 이들은 마찌쯔꾸리의 강력한 견인차가 됐다. 그 결과 6만 1000명 남짓하던 인구는 8만명 정도로 늘었으며, 연간 200만명이 찾아오는 도시가 됐다.
그러나 곧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났다. 나가하마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오래된 것들을 살렸다. 박물관 도시를 구상했으며, 마쯔리의 전통을 잘 이어나가기로 했다. 유리공예도 들여왔다. 그러나 전통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중심지를 떠났다. 또한 골목길을 살리면서 재개발 하자 길이 좁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역시 젊은이들이 기피하기 시작했다. 한 때 재개발을 통해 중심지의 빈터나 주차장이 상가가 되는 등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는 중심가의 어떤 동네는 노인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도 있다. 관광객이 오는 만큼 원래 살던 주민들이 불편해 진 것도 사실이었다.
요시이 이사는 "역시 도시란 지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나가하마는 지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도시 만들기가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나가하마는 2년 전 개정된 국가법에 따라 다시 재개발에 들어갔다. 개정된 국가법은 교외에 1만㎡ 이상 재개발을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외곽지역의 대규모 개발을 막아 기존 도시와 작은 도시의 재생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는 중심시가지만을 재개발했지만 범위를 확장시키기로 했으며,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그에 맞춰 나가하마역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주변 농촌지역과 통합해 시청 건물을 새로 건립할 예정이다. 주택 재개발 계획도 세워졌다. 20년 전 개발했던 지구도 다시 재생시키는 등 올해만 5억4000만엔을 투입될 예정. 요시이 이사는 "이번 재개발은 관광객 뿐만 아니라 나가하마 사람들도 같이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