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붓 지나간 자리 생명력 품은 '물'

이목 홍성녀 개인전 '소리 그리고 이야기'

"쏴아쏴아"

 

그의 그림은 물소리가 먼저 달려든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거꾸로 치솟는 듯한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폭포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작가는 억년의 숨소리로 휘감기는 물소리가 고요해질 때까지 들었다고 했다.

 

'물의 화가' 이목 홍성녀씨(50) 개인전 '소리 그리고 이야기'. 문인화 풍의 담채화인 작품 45점 중 절반 이상이 물이다. 땅과 바위를 붓질 해도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 같다.

 

"3~4년간 물에 매달리다 보니, 제 내면에도 참 많은 물소리가 오고 갔습니다. 살기 어려워지니까 폭포 붓질이 더 세졌지요. 다소 느릿하게 살면 많은 시야를 얻을 수 있겠다 여겨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전시입니다."

 

'소리 - 極'은 작가 스스로도 모든 것을 다 부었다고 할 만큼 수 십, 수백 번의 연묵 터치로 맑고 청량한 기운을 쏟아낸 작품. 장쾌한 폭포소리에 세상 근심이 녹아들면서 내면을 일깨운다.

 

바람소리, 세월의 소리, 워낭소리를 통해 소리의 미학은 다시 살아난다. '워낭소리'에선 고목과 노인, 마른 소가 신산한 세월을 대신해 존재의 버거움에 검은 쉼표를 찍는다.

 

'풍요의 바다'는 영혼을 살찌우는 갯벌을 형상화한 작품. 가녀린 그의 손끝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풍요의 공간이 태어났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한 쌍의 새는 그와 그의 남편이다. 작가는 30여년 겹겹의 세월을 함께 해오며 비상하기 위해 파닥대는 새와 비슷한 운명 같아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그는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서양화도 해봤지만, 동양화가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해 현재까지 줄곧 먹 붓질만 해온 것. 그의 호인 이목은 원로화단인 임섭수 경희대 겸임교수의 호인 목원과 방의걸 전남대 교수의 호인 목정의 목(木)을 빌려 '이목(以木)'으로 지었다고 했다. 스승의 큰 그늘이 현재의 그를 있게 했다고 겸손히 답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로 절 마당같이 텅 빈 공간이 하나 마음에 생긴 것 같다"며 "다음엔 맑은 바람의 소리를 제대로 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일부터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