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처음 나온 박 전 회장은 "3억원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행사를 치러는 데 자금이 부족하다며 요청해 마련해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와는 상관없이 행사 경비에 쓰라고 준 것이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3억원의 성격에 대해 진술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3억원을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는 반면 정 전 비서관은 권 여사의 지시로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박 전 회장은 1억원어치의 상품권과 관련 "청와대 총무비서관 사무실을 가보니 직원이 많아 돈 쓸 데가 많을 거 같아 준 것으로, 현금으로 주면 부피가 크고 수표는 추적당할 거 같아 상품권으로 준비했으며, 돌려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5년 1월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와 2006년 8월 현금 3억원을 받고, 12억5천만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 5월 초 구속기소됐다.
그는 앞선 공판에서 3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권 여사의 지시로 돈을 전달받아 관리하는 대리인 역할만 했으며, 백화점 상품권도 수표가 든 것으로 의심되는 종이상자를 주려고 해 거절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날 박 전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당시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에 유리한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박 전 회장은 "돈을 준 대가로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의 인사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문제로 부탁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경남상공회의소의 경남은행 인수와 관련해선 직접 부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7월27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거쳐 결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