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먹거리 지켜라] ⑩맛없는 병원 식단

김치 한 종지·생선 한 토막 '스트레스'…냉장고·조리 위생 허술 식중독 우려

택시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장기 입원한 김모씨(43). 부상과 싸우는 김씨는 병원생활에서 예기치 않은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바로 '맛없는 병원 밥' 때문이다.

 

2주가량 병원 밥을 먹던 김씨는 최근 아내에게 집반찬을 가져다 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는 "반찬으로 김치 한 종지에 생선 한 토막 정도가 나오는 식단을 5000원이나 받는 병원을 이해할 수 없다"며 "5000원이면 어디를 가도 이보다 나은 백반을 먹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처럼 입원 환자 가운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맛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이들 중 각자의 집에서 반찬을 조리해와 먹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현재 도내 병원에서는 일반식을 기준으로 입원환자 한 명 당 한 끼 비용은 5000원에서 5600원선이다. 이중 절반은 환자 본인 부담이고 나머지는 의료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지불한다.

 

문제는 시중의 백반 가격에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비용이 드는 병원 밥이 환자들에게는 오리려'입맛을 잃게 하는 밥'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도내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를 감안하면 병원 음식의 간의 일반 식생활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간이 맞지 않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제공되는 국과 반찬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또 수저와 젓가락을 개인별로 지참해야 하는 등 식사 도구에 대한 위생을 환자가 관리하는 점도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환자들의 불만은 또 있다. 병실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집에서 가져오는 음식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식중독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1인 병실은 그나마 낫지만 6인 병실에 한 대 있는 '속이 꽉 찬' 냉장고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는 게 환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최상의 맛과 최적의 위생으로 음식을 제공해야 할 의료기관이 이 같은 상황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병원의 경영난이 자리한다는 게 병원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들의 상태에 적합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위생·조리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음식 맛을 내려면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지만 매년 인건비와 재료비가 올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들의 식사비에 대한 의료급여는 지난 2006년 1월 이후 동결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병원서 만든 음식을 나르는 '배식차'를 비롯해 환자들의 위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조리실의 위생소독장비 등이 고가여서 상대적으로 식재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맛있는 병원 밥'을 위해서는 식사비의 의료급여에 대한 적절한 조정과 함께 음식의 질을 높이는 개별 병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