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때문에 고생한 건 다른 배우분들이고요, 전 설경구 선배가 더 무서웠어요."
영화 '해운대'에서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억척스런 부산 아가씨를 연기한 배우 하지원이 '물 재난 영화'에 임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16일 오후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와 간담회에 참석한 하지원은 "이미 액션으로 단련된 몸이고 전봇대에 매달리고 달리는 정도밖에 없어 크게 힘든 것은 없었다"며 "물 때문에 고생한 것은 다른 배우들"이라고 말했다.
도리어 가장 고생스러웠던 것은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가 몰려오는 쓰나미를 피해 달아나다 전봇대에 매달린 연희가 물에 휩쓸려가는 만식의 팔을 붙잡는 장면.
"설경구 선배가 체중을 제 팔에 다 실으신 거예요. 팔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고 저절로 쇳소리가 나더라고요. 물보다 설경구 선배가 더 무서웠어요."
하지원은 "이번 영화에서 목표는 사투리였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했다"며 "또래 친구 같은 사투리 선생님과 거의 생활을 같이하면서 사투리를 쓰고 매일 녹음해 얼마나 발전하는지 체크하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만식이 프러포즈하는 장면의 리허설에서 설경구가 반지를 실제 바다에 빠뜨린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설경구 선배가 애교 떠는 건 못한다고 쑥스러워하다가 막상 시키면 잘했다. 새로운 모습을 자주 봤고 귀여웠다"고 전했다.
'해운대'는 하지원의 전작인 '색즉시공'과 '1번가의 기적'에 이은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다.
하지원은 "'해운대'를 선택한 것은 감독과의 믿음 때문이었다"며 "더 고생을 해도 좋았는데 생각보다 고생을 덜 해서 기운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이에 대해 "'낭만자객' 실패 이후 '1번가의 기적'을 하자고 했을 때 하지원 씨만이 내 손을 잡아줬다"며 "하지원과 같이하는 이유는 인간적이고 의리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