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속 현란한 질주 '국카스텐'

25일 '2009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

"저희는 무대에 서면 모든 열정을 쏟아 붓습니다. 죽기 바로 직전까지!"

 

인디밴드 '국카스텐'(Guckkasten)을 최근 사당동의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보컬과 기타의 하현우(29), 기타의 전규호(31), 드럼과 코러스의 이정길(29), 베이스의 김기범(25) 등 4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24-26일 인천 송도 시민공원에서 열리는 '2009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의 둘째 날 메인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작년 말 'EBS 스페이스 공감-헬로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대상을 차지, 수상의 특전으로 펜타포트 무대에 서게 됐다.

 

"저희가 여기까지 오면서 왼쪽 가슴에 '펜타포트'라는 부푼 꿈을 항상 안고 있었는데 올해는 같은 날, 같은 록 페스티벌이 양쪽에서 열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팬들의 에너지가 둘로 나뉘어 버렸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 온 힘과 에너지를 방출할 거예요. 저희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모든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도록 말이죠"(현우)

 

"저도 록 페스티벌이 둘로 갈려서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브릿팝 밴드 '스타세일러(Starsailor)'를 펜타포트에서 볼 수 없어 더 아쉽고요. (스타세일러는 24일 경기 이천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2009'에 참여한다) 하지만 저희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국카스텐 만의 화끈한 공연을 보여줄 겁니다. 요즘 멤버들끼리 멋진 퍼포먼스도 구상 중인데, 뭔지 궁금하시죠? 와서 직접 보십시오. 하하"(정길)

 

 

밴드 이름이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에서 유래한 것처럼 국카스텐의 음악은 사이키델릭 록과 헤비메탈의 강렬함, 모던록의 신선함, 심지어 댄스 음악의 그루브까지 결합해 들으면 들을수록 요지경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폭발하는 듯한 하현우의 보컬, 화려한 테크닉에 의한 기기묘묘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전규호의 기타, 질주하는 듯한 이정길의 드럼, 굵고 낮게 깔리며 국카스텐 음악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김기범의 베이스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 건 2006년이다.

 

2003년 '더 컴'(The Com)이라는 이름으로 밴드 활동을 하던 이들은 군 문제 등 개인적 사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가 3년 뒤 강원도에서 전규호가 운영하던 실내 포장마차에 하나둘씩 모이면서 현재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

 

라디오헤드와 마릴린 맨슨(현우), 라디오헤드와 그린데이(정길), 익스트림(규호), RATM과 베이스먼트 잭스(기범) 등 좋아하고 영향받은 음악가들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건 오랜 기간 지속한 우정과 인내심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강원도에선 정말 음악만 만들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죠. 보이는 게 포장마차의 싱크대와 기타뿐이었거든요. 하하. 제가 사물의 이면에 있는 것들을 소재로 가사와 곡의 형태를 만들면 규호 형 등이 곡을 덧입히는 식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현우)

 

이듬해 국카스텐이란 이름으로 홍대 인디밴드 무대에 등장한 이들은 정식으로 발표된 앨범 한 장 없이 그 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 6월의 헬로루키, 같은 해 헬로루키 오브 더 이어 대상에 선정되는 등 탄탄대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엔 첫 번째 정규 앨범인 '비포 레귤러 앨범(Before Regular Album)'을 발표했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으로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거울'의 뮤직비디오는 홍대 학생들이 무료로 만들어준 거예요. 물론 학교 과제의 일환이었지만. 하하. 만화경의 자그마한 구멍을 통해 보이는 현란한 무늬와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 영상이 저희 음악이랑 잘 맞더라고요. 뮤직비디오가 완성됐을 때 멤버 모두가 기뻐했어요"(현우)

 

그동안 홍대 앞 클럽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공연을 펼친 국카스텐은 25일에 있을 펜타포트와 내년 초에 나올 두 번째 앨범을 위해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2집에 들어갈 12곡 중 현재 5곡 정도가 완성됐어요. 1집에 비해 사운드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더 단단해진 음악 기대하세요"(현우)

 

"앨범을 만들려고 기획 공연을 제외하곤 클럽 공연은 좀 줄이려고 해요. 라디오헤드처럼 앨범마다 변신하는 그런 밴드가 될 겁니다"(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