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경남의 혁신도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되면서 양 지역 혁신도시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공기업 선진화와 통폐합, 구조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될 공공기관의 사정도 조금씩 달라졌다.
혁신도시의 기본정신은 지역불균형을 바로잡는 씨앗을 뿌리자는 것이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의 절대과제였다. 지방을 강하게 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은 사상과 이념, 정권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로 남겨져 있다. 혁신도시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미래지향적 정책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단기적인 정책변화나 정권교체에 의해서 포기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혁신도시를 둘러싼 수많은 낭설과 그로인한 국민적 염려가 있고, 이런 낭설의 근저에는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혁신도시에 관해서 전북이나 경남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 정해진 원칙대로 깔끔하게 추진되는 것이다. 물론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결과적으로 양 지역의 혁신도시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원칙은 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원칙에 입각한 입장정리와 그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대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양 지역이 그 과정과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적 원리라고 할 것이다.
지금 양 지역의 혁신도시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기본원칙은 크게 세 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양 지역의 낙후도를 측정하는 단위가 기초지자체가 아니라 광역지자체여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도시가 기획되었을 때 그 지역적 기준은 광역단체였다. 광역단체별로 낙후도와 지역특성을 특정하고, 그 지역 내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다.
낙후의 기준을 기초단체로 한정할 경우 균형발전의 문제는 한없이 복잡해진다. 우리가 낙후를 문제 삼는 것은 그 지역의 가난과 침체를 극복하자는 일차적 동기 외에 국가적 단위에서 경쟁력 있는 거점지역을 만들자는데 본래적인 의미가 있다. 그렇게 보면 통합공사의 위치를 결정짓는 핵심적 근거는 기초단체의 낙후가 아니라 광역지자체의 현재 낙후도와 앞으로의 발전전망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통합공사의 위치를 두고 양 지역이 모두 같이 살 수 있는 상생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양 지역은 어느쪽이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없는 막다른 선택에 몰려있다. 이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를 나눠 갖도록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관해 전북도에서는 이미 20:80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통합공사의 본사를 유치하여 명분을 챙기는 지역은 전체 지분의 20%를 갖고, 본사를 포기하면서 명분을 잃은 지역은 80%의 실리를 지켜주자는 것이다. 양측 모두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의 시점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독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시점이다.
마지막 원칙은 통합공사의 미래비전이라는 틀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왜 그토록 오랜 기간 국가적 과제가 되어왔는가. 양 기관이 모두 본래의 설립목적을 상당하게 이루었고,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책무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통합공사의 미래비전은 당연히 수십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외시장의 중장기적 목표는 중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공사의 미래비전에 맞는 지역이 어디인가는 분명해진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혁신도시의 기본정신이 그대로 지탱되고 있으며 결국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낄 때 시류에 영합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미래를 바라보고 원칙을 더 굳건하게 지키는 것이 역사의 정당한 평가를 받는 길이다.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