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매출과 이익을 증대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가?
1996년 여름, 미국 라이프지에 12세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지저분한 공장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축구공을 꿰매는 모습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나이키의 주가는 이 사진 한 장으로 곤두박질 했으며 불매운동이 벌어져 매출액 감소 등의 홍역을 겪었다.
세계적인 에너지관련 기업이었던 엔론은 천문학적인 회계부정 등 비윤리적인 기업행위로 2001년 도산하였다.
이 두가지 사례는 기업이 아무리 이윤을 극대화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윤리, 환경, 노동, 인권 등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한 경우에는 기업의 성장은 물론 존립 자체도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와는 반대로 독점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전세계적인 안티 운동까지 일어났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빌 게이츠의 광범위한 사회 공헌으로 기업 이미지가 반전되었다(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지금까지 기분한 돈은 250억달러(25조)에 달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 공헌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올린 분명한 사례다.
최근, GE, 도요타 등 선진 장수기업들의 경영방식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장수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공요인은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이들 기업들은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해 기업의 성장 장애요인들을 오히려 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정부에서 정의한 바를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기업의 활동과정에서 뇌물수수 금지와 회계투명성 등 윤리경영, 환경 및 인권 보호, 사회공헌 등의 가치를 제고시켜,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더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조직체의 책무"라 한다.
최근의 기업환경은 상당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이해관계자의 가치관 변화이다. 소비자, 투자가, 종업원, NGO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식이 성숙되어 기업의 상품·서비스의 가격이나 품질 이외에도 환경, 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하였다.
두 번째는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론 부상이다.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온, 가뭄, 홍수 등은 지구온난화에 기인된 것이며 이는 기업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적됨에 따라 기업의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론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정보화 진전 및 CSR 기준 적용범위 확대 등이다.
인터넷 사용인구의 급증으로 기업의 부정사건, 사고 등 기업에게 불리한 정보도 순식간에 세계에 전파됨으로써 당해 기업의 제품이나 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기업도산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CSR 기준을 부품기업으로 확대하여 동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의 부정사건과 환경오염 등의 요인이 이익을 중시하는 단기적 시야의 기업경영이 과도하게 확산된 데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도 CSR 관심제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고 급기야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표준을 정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ISO 26000 인증이 바로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추진중인 "사회적 책임(SR)" 표준화 방안이며 2010년 시행예정이다.
더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국제적 표준화(ISO 26000)는 국제품질 및 환경규격(ISO 9000 및 ISO 14000)과 유사한 확산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대기업의 CSR 도입률이 증가 할수록 중소기업의 CSR 도입도 외부로부터 강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기업 스스로도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근 3∼4년 사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놀라보게 높아졌고 활동성과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중소기업 CSR 실태조사(2008.10-12월) 결과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75.2%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추진은 38%로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62.1%가 CSR 국제 표준화(ISO 26000)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여 국제적 라운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단계별 중소기업 CSR 모델을 개발해 국내 중소기업의 CSR 활동을 장려하고 국제적 표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하루하루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중소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제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사치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느냐 않느냐에 따라 소비자와 투자자, 주주, 지역사회 등의 평가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소기업도 서둘러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중소기업도 피해갈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중소기업인 스스로가 찾아볼 일이다.
/이인섭(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