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김종선 시인 '고추잠자리가 끌고가는 황금마차'

감동의 우리말은 '맘우레'.

 

생태계는 '생김살이울'이라고 하고, 화분은 '꽃봉이'다.

 

한글의 말꽃을 활짝 피우기로 작심한 것이 3년 전. "이제서야 글놀을 하게 됐다"는 감뫼 김종선씨(66)가 시집 「고추잠자리가 끌고가는 황금마차」(북 매니저)를 펴냈다.

 

"황금마차는 황금들이나 마찬가지죠. 근데 요즘엔 (황금들이) 거의 없어졌어요. 그런데 고추잠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계속 살아있죠. 우리말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이말(직업어)을 한말글(국어)로 바꾸어야 어른과 아이가 서로 제 씨알을 넘나드는 말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수많은 새김질을 한 그다. 전주 오송초교 교사인 염시열씨와의 인연으로 시작된 토박이말의 말빛 선물로 국어사전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고, 속살 다듬기를 반복했다.

 

"몸소 배우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톺아보는 훈련이 시의 결을 아름답게 했다"며 시 90여편 뒷편에 새말과 토박이말 풀이까지 정리해서 덧대었다.

 

'촛불보람''고추잠자리가 끌고가는 황금마차''꽃속에 하나님''상여소리로 떠나는 자넘이 한 마리''한벽루''달구름 속에 꽃잎을 묻고'로 이어지는 글이 새뜻하다.

 

요즘에도 「우리말로 학문하기의 사무침」,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수업」, 「우리토박이말 사전」 등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그는 다만 "일본은 3년 전부터 새말을 부려 쓰고 있다"며 "주시경 선생 이래로 달겨드는 이들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의 발품 파는 글놀 쓰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정읍 출생인 그는 1995년 「문예사조」로 등단, 현재 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과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