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교포(교감을 포기한 선생님의 약자)'가 된 사연.
인사기록카드 연수란에 칸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서울대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의 낮은 점수, 모난(?) 성격, 자주 뒤바뀌는 승진 경력 점수가 이유였다나.
그러더니 "이것이 바로 인생"이란다. 수필집 「내 마음의 독백」(신아출판사)의 주인공 이종칠씨(59)다.
"처음 쓴 글을 세상으로 내보낼 때 심정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명단을 발표할 때보다도 더 떨리네요."
첫머리를 들추노라면, 삼십오년 교단 고갯길 사진과 함께 주름살의 발자취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사집첩을 뒤지다가 추억이 가득 담긴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내가 나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단발머리와 까까머리를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고생하면서 딴 '보이스카우트 자격증', 「과학과 실험학습 지침서」를 펴내면서 자부심을 느꼈던 그만의 이야기가 솔직담백하게 담겼다. 테니스에 '홀딱' 빠져 방학이나 주말엔 덕진 체련공원코트에 나가 벽치기 연습과 전혀 안면 없는 사람들과 경기를 했던 한 때의 그도 있다.
유려하거나 입말이 살아있는 문장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소탈하게 살아왔던 글귀가 배어있다.
"소양중학교에 부임하고 나서 10여년 간 준비한 글들을 추렸습니다. 그간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니 여유가 많아져서 애착을 갖고 글을 쓰게 됐죠. 지난 35년 저를 위해 썼던 혼잣말에 불과합니다. 이제서야 제 자신과 약속한 것을 마치게 된 안도감이 듭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처음부터 정성껏 도와준 장연주 선생님과 최봉석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