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8년간 폭격장으로 사용된 직도사격장에는 2007년 첨단 장비인 자동채점장비(WISS. Weapon Impact Scoring System)가 설치돼 한미 공군이 본격적인 폭격훈련을 하는 만큼 이번 조사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환경실태를 파악하는데 기초 자료로서 유용한 가치를 가진다.
국내에는 약 60여 곳의 주요한 군(軍) 사격장이 있지만, 사격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그로 말미암은 토양 및 지하수의 오염 실태 등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보고서는 그 의미를 더한다.
직도사격장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실태 조사는 2006년 국방부가 직도에 WISS 설치를 위한 산지전용허가를 신청하자 군산시가 고군산연결도로 개설과 비응도 군부대 이전 및 무상 양도 등 10개 현안에 필요한 3천억 원의 지역 개발비용을 요구, 이를 연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받고 허가를 내주면서 논의되기 시작됐다.
당시 시민·환경단체와 일부 어민은 매향리 사격장의 폐쇄로 대체 사격장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는 직도의 완전 폐쇄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고 자연스럽게 환경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이들 단체는 직도사격장과 그 주변에 대한 토양, 소음·진동, 해양생태, 어족 자원 등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를 한결같이 주장했고 이를 국방부가 수용, 결국 결실을 보았다.
일반적으로 사격장에서 가장 많이 유출되는 오염 물질은 탄두 및 뇌관에 사용되는 중금속과 화학물질인데, 이번 보고서가 대규모 포 사격장인 직도사격장에서 중금속과 화학물질의 복합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큰 성과다.
이 사격장에서는 TNT나 RDX 같은 고성능 화학물질과 구리와 납 등의 중금속이 같은 지점 혹은 표층과 저층에서 동시에 검출됐다.
특히 대표적인 니트로 방향족 화합물로 화약류의 주성분인 TNT는 독성이 강해 미생물 혹은 포유류의 세포에 변이 물질로 작용하며 TNT보다 독성이 다소 낮은 RDX도 중앙 신경계와 위장 계통, 신장을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발암물질들이다.
그동안 사격장 토양에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함유돼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과 불안감이 팽배했는데 조사 결과 실제 이들 물질이 검출됨으로써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WISS 설치 이후 사격 훈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직도사격장 인근 해역의 어족자원 고갈과 생태계 변화, 미군기지 주변의 소음 및 진동 등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또 이번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TNT나 RDX 같은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됐으나 이를 비교·평가할 국내 기준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이에 대한 기준안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WISS가 설치되지 않은 소직도는 실무장 폭격 훈련으로 토양 오염 정도가 더 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조사 대상 지역에서 빠짐으로써 완성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국방부와 군산시는 이 같은 조사 보고서를 수개월 전에 전달받고도 이를 시민에 알리지 않았다.
WISS는 공군전투기가 훈련용 연습탄이나 실제 폭탄을 투하했을 때 카메라가 낙하지점을 포착, 표적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점수를 매기는 장치로 국내 공군 사격장에 WISS가 설치된 곳은 강원도 필승사격장과 직도사격장 등 2곳뿐이다.
군산항에서 약 63km 거리에 있는 무인도인 직도는 1971년부터 한미 공군이 해상 실무장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면적은 8만6천㎡이고 훈련장 섬의 높이는 66m로 주변(20km)에 말도(주민 60여명)와 방축도(160여명), 명도(80여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