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아가던 기계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쏟아져나왔다.
뻥튀기 기계를 에워싸고 귀를 막은채 숨죽여 기다리던 어른과 아이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4일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동편에 새로 마련된 '추억의 거리'를 찾은 관람객들은 60-70년대 분위기를 흠뻑 즐기면서 향수에 젖었다.
"여기는 다방이라는 곳이야. 옛날 커피숍이지"
전주에 사는 강경찬(47)씨는 거리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딸에게 예전 살던 모습을 진지하게 설명했다.
강씨는 "어릴 적 60-70년대 모습이 그대로 있다. 이발소에는 키 작은 아이들이 앉도록 의자 위에 나무판을 걸쳐놨고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만, 그때만 해도 특별한 날이면 옷을 갖춰 입고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면서 "아이가 아니라 내가 더 즐겁다"면서 활짝 웃었다.
거리 입구에 있는 '화개이발소'에서는 서울 만리동에서 3대째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남열(60)씨가 '특별출연'해 원하는 사람들의 이발을 해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씨는 "지금 쓰는 가위를 45년째 쓰고 있다"면서 "요즘은 '정통 이발'을 하는 곳은 없고 '인스턴트식 이발'하는 곳만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화개이발소에 있는 의자와 이발도구 등은 2007년까지 종로구 소격동에 50년 이상 있던 이발소에서 쓰던 물건을 그대로 가져왔다.
어느 도시에나 있던 만남의 장소 '약속다방'은 시원한 냉커피를 무료로 서비스해 큰 인기를 끌었다.
'냉커피 200원' 같은 메뉴가 벽에 붙어 있고 한쪽에는 디스크자키가 음악을 틀어주는 부스가 있다. 테이블에는 '선데이서울' 같은 오래된 잡지가 놓여 있다.
평상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파전과 식혜, 냉커피 등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만화방과 양장점, 레코드 가게, 사진관에도 관람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박물관이 최근 강원도의 한 주민으로부터 구입한 국산 고유모델 1호인 78년식 '포니Ⅰ픽업' 차량도 추억의 거리에 전시됐다.
이 포니는 운행도 가능하며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어서 현대생활사 자료로 큰 가치를 갖는다는 평가다.
추억의 거리는 국립민속박물관 내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의 개관에 맞춰 이뤄졌다.
이날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2003년 이후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소속 어린이민속박물관으로 운영되다가 국립민속박물관 산하에 정식 직제를 갖추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ㆍ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각 지방 국립박물관에서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지만, 정식 직제를 갖춘 국립기관으로서 어린이박물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이박물관은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안에 있으며 1층 전시관 722㎡, 2층 교육장 344㎡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