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따라 농업작목 지원정책 바꿔야"

기온 1도만 올라도 농작물 품질 '뚝'…진안 마을축제 학습교류회

진안군 성수면에 사는 농민 최영복씨(41)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느타리버섯 재배를 계속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공장형으로 느타리버섯 재배를 시작할 당시는 '돈이 되는' 호시절이었다. 하지만 점차 기온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버섯은 기온 18~20도를 유지해야 하고 1도만 올라가도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데 최근 몇 년새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피부로 느끼기에 기온이 2~3도는 족히 올라같다"며 "기온을 조절하기 위한 추가 투자비는 둘째치더라도 생산성이 예전에 비해 너무 떨어져 농사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고랭지인데다 일교차가 심해 양질의 무를 생산해 왔던 진안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일부지역에서 무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병해가 심해져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품질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배추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날은 갈수록 뜨거워져 병해가 심해지고 집중호우가 자주 내려 잦은 수해피해를 입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농촌의 작목 재배 여건이 변해가고 있다. 기온상승의 영향으로 진안군의 수박재배 농가는 수확 뒤 멜론을 재배하는 이모작을 할 수 있게 됐고, 겨울철 혹한 때문에 재배할 수 없었던 감나무 묘목의 재배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온상승으로 감나무를 재배할 수 있지만 기존에 재배하던 배나무는 생육여건이 나빠져가는 문제도 당면한 현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농촌지역의 재배작물이 변해가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재배작물 지원정책은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배나무를 재배해 왔던 진안의 일부 농가는 최근 감나무 재배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감나무는 진안군청 지원작물에 포함돼 있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는 진안군 마을축제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제4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농업'을 주제로 한 학습교류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20여명의 농민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지역 기후변화 분석과 농업의 대비를 주제로 발제한 장남정 전북발전연구위원은 "체온이 1도만 올라가 37.5도만 되어도 인간은 몸에 이상을 느끼고 고열을 호소하는데 지구는 수백년간 이런 변화를 지속적으로 겪어 오고 있다"며 "농업분야는 겨울철 이상고온과 여름철 잦은 강우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각종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지원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