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미술의 고민은 덕수궁 미술관 앞 고목 아래서 시작됐다.
"나무 그늘을 벗하여 앉았으니, 목우회라 합시다."
당시 이병규 초대부회장이 제안해 탄생된 '목우회'.
튼튼한 뿌리가 지탱하고 있을 때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목우회(이사장 이기전) 초대전'은 우리 구상미술이 나가야 할 방향을 한발 앞서 짚어준, 그 오랜 내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달간 완주 오스갤러리에서 열리는 '묵우회 초대전'. 간만의 나들이가 반갑다.
초대작가는 이기전 강정진 박인호 소 훈 양만호씨.
이기전, 그는 중진 서양화가다. 도시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연을 소재 삼아 그린다. 기법도 사실적이다. 특히 배경으로 등장하는 먼 풍경과 대상이 되는 자연은 서로를 밀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주의적 시각만으로는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읽어 낼 수 없다.
강정진씨(예원예술대 교수)는 농익은 색상으로 정물들의 밀어가 깊이있게 다가오는 그림을 선보인다. 소망, 그리움, 기다림 등 자연과의 내밀한 교감이 평화로운 삶을 응원한다.
소 훈씨(전북수채화협회 회장)는 들꽃을 주제로 자연이 곧 그가 되고, 그가 곧 자연이 되는 풍광을 선물한다. 무거운 상념이 가라 앉고, 가볍게 편안한 출렁거림에 젖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내어준다.
목우회가 한국적 리얼리즘을 위해 공들인 반세기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 리얼리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구상미술은 리얼리즘을 꿋꿋하게 지켜나가기 위한 자기극복의 의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순수한 창작열로 다시 모인 이들의 전시는 그래서 주목된다.
개막식은 8일 오후 6시.
한편, 전시가 열리는 동안 오스갤러리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의 산업디자인협회 디자이너들이 모여 교류의 장을 갖는다. 이날 개막식엔 인기가수 마야가 초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