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성진숙 두번째 시집 '아침의 반란'

"가족들의 자명종이 되는 아침은 행복한 일상"

들꽃 화보집 같은 시집이다.

 

"그래도 시가 먼저지요. 시를 품을 수 있는 사진을 욕심껏 담다 보니까 너무 많았나 싶네요."

 

성진숙(54·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시인이 5년 만에 두번째 시집 「아침의 반란」(금강문화센터)을 펴냈다.

 

매일 아침 가족들의 자명종이 되는 그의 아침은 행복한 일상이다.

 

"'새끼들' 깨울라, 남편 챙겨주랴, 아침마다 정신 없죠. 가족들의 빈자리를 더듬어 찾아가는 저를 보면 마치 덩굴손 내뻗는 식물 같습니다."

 

표제작 '아침의 반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출사는 5년 전부터. 물과 한 줌의 햇빛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들꽃을 보면서, 시가 우거진 숲을 떠올렸다고 했다. 텃밭에 신혼 방 차린 방울토마토와 고춧대, 장맛비에 땅바닥을 핥고 있는 바랭이풀, 초록물감으로 범벅 된 로뎀나무 숲. 시간의 끝자락을 여며잡고 서둘러 외출하고 싶게 만드는 대상들이다.

 

쇠물닭, 논병아리를 만나고 가시연꽃과 조우한 우포늪은 그에겐 경이로운 세계 그 자체. 그는 우포늪을 가리켜 "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시 '우포늪에서'는 다감하게 젖어들어 촉촉한 물기를 머금는 시상이 맑게 표현됐다.

 

글이 좋아 뜻 맞는 여성 문인들과 글모임 '산글'을 창단해 활동한 것이 벌써 20여년. 이후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에 '산글'이 편입되면서, 시밭을 일궈왔다.

 

이번 시집이 의미있는 또다른 이유는 남편과 둘째 딸 덕을 톡톡히 봐서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딸이 편집 디자인을 도와 만든 시집.

 

"첫 시집이 나오고 나서 두 번째 시집엔 꼭 이런 이야기를 담아야지 했는데, 하느님이 저한테 잘 기회를 안 주시더라구요. 다음엔 신앙에 대한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제 삶의 큰 나침반이 된 하느님이 손 흔들며 달려와 안길 만한 그런 시집 내고 싶어요."

 

무주 출생인 그는 1994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이 조용한 시간에」를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