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이노은 교수 '어머니의 연인' 번역

한 어머니의 강렬한 외사랑

문학비평가 우르스 비트머는 자신의 가족사로 인생에 많은 물음표를 찍어왔던 작가였다. 화제작 「어머니의 연인」(문학과 지성사)은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에 관한 질문을 담담하게 파고든 책.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전주 출신 이노은 인천대 교수(41)는 "우연히 좋은 작품을 만나 여운있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전적 가족사 소설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살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 한 어머니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뤘다.

 

위대한 지휘자가 되겠다는 열정 밖에 없는 가난한 청년 에트빈과 사랑에 빠지면서 어머니의 인생은 '더 많이 사랑한 자'의 비극이 된 것.

 

이 교수는 "어머니의 강렬한 외사랑이 매력이었고, 공감이 많이 갔다"며 "작가가 모든 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다린 뒤 낸 책이라 그런지 문체가 오히려 건조하단 느낌이 들어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작가가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이고, 또 오랜 시간 거리를 두고 바라본 문제이다 보니,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처절하다 싶을 고독한 어머니 사랑이 간명한 문체로 그려지면서 아름답게 다가왔거든요."

 

그는 시대의 비극은 마치 일상사인듯 무심하게 서술되지만, 껍데기만 남은 어머니와 히틀러의 전쟁 발발 및 침공 행위가 겹쳐지면서 어머니의 찢긴 삶이 곧 유럽 현대사의 알레고리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책이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정열에 관한 레퀴엠'이라면, 작가가 뒤에 발표한 「아버지의 책」(문학과 지성사)은 문학평론가였던 아버지를 모델로 한 또다른 자전적 소설. 이상은 높지만, 생활에는 무력한 예술인들에 대한 씁쓸한 풍경화로 애(愛)와 증(憎)이 격렬하게 교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