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전북대 예술대학 세미나실. 1시간이 지연되고 나서야 '2009 아시아 디자이너 협회 워크숍 결과 발표회'는 시작됐다. '음식(food)'을 주제로 한 이번 워크숍은 한국, 일본, 대만 산업디자이너협회인 KAID, JIDA, CIDA의 학생들 50여명이 참여해 그룹별로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자리.
밤을 꼬박 샌 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쌈박한' 아이디어로 무장된 이들의 '무한도전'은 계속됐다.
유창한 영어 실력은 아니었지만, '급조'된 손짓, 발짓까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첫 발표를 맡은 박성은씨(26·홍익대 대학원 국제디자인경영학과)는 태극 무늬의 '음식 정보 읽는 기계'를 선보였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비빔밥을 먹다가 아주 매운 고추를 깨물고는 난리가 났었어요. 매운 음식이라고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푸념하더니, 음식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가상 기계를 통해 맛과 냄새는 어떤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는 "태극 무늬는 한국과 일본, 태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무늬인 데다, 음과 양의 조화라는 상징적인 점에서도 잘 부합되는 디자인"이라며 "음식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의사소통도 쉬워지고,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미나씨(24·숙명여대 산업디자인학과)는 색다른 접시를 꺼내들었다. 접시에 각종 대화 키워드를 띄우고, 접시만 들면 그 주제에 맞는 대화 정보가 제공돼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
송씨는 "특히 상당히 섬세한 설정과 회의, 합의가 필요했다"며 "일본 학생들의 경우 실용성을 우선에 두고 디자인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그 접점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50여명. 학생들을 지도한 조광수 전북대 교수는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배우게 됐다"며 "상호협력의 중요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통해 부대껴가면서 배우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