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과부의 무리한 자사고 지정 강요

여러 여건상 이미 '지정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추진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교육계 역시 발끈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신청을 낸 군산중앙고와 익산 남성고에 대해 지난달 13일 지정운영위를 열어 심의한 결과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사고 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런 방침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런 불가 방침을 묵살하고 자사고 지정 재공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교과부가 도교육청에 보내온 것이다. 이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날뿐 아니라 상급기관의 횡포이자 명백한 교육자치를 훼손시키는 행위이다.

 

다 아는 것처럼 자사고는 '사학의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과정 및 학사운영의 자율성 및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게 취지다. 학교 운영에 자율권을 줌으로써 학교 스스로 경쟁력을 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취지는 그럴듯 하지만 공교육이 파괴되고 평준화 틀이 깨질 우려가 높다는 게 교육 관련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경쟁과 차별교육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사고 지정 문제를 놓고 지난 몇달간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살얼음 걷듯 관련 절차를 밟아 지정부적합 판정을 내린 마당에 교과부가 또다시 불을 지피고 나선 것이다. 마치 어린애 한테 사탕 하나 더 주듯, 학생선발의 자율권과 법인전입금 기준을 종전보다 완화시킨 유인책을 쓰면서까지.

 

교과부가 이렇듯 악착같이 자사고 지정에 매달리는 것은 대통령 공약인 데다 올해 전국적으로 30개 지정 목표를 채우겠다는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2개 학교에 대한 지정이 무산된 대전시교육청 한테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는 예산·인사권을 쥔 상급기관의 무리한 압력이자, 지역현실을 도외시한 생떼나 마찬가지다. 목표 채우는 게 목표라면 차라리 '지정-재지정-재재지정'의 삼시세판 제도를 만드는 게 낫겠다. 교과부는 과욕은 금물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자사고 재지정 요구는 지정운영위와 입학전형위의 결정을 뒤집는 절차상의 문제, 평준화의 틀이 깨질 우려, 지역 정서 등의 이유로 '오뉴월에 쇠불알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나 같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