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는 선에서 시작해서 선으로 끝나는 작업이다.
"무수한 선이 겹쳐지거든요. 선 하나 그릴 때마다 호흡을 조절하고, 온갖 잡념을 비워야만 흐트러지지 않고 그릴 수가 있어요. 그래서 구도자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그게 가장 어렵죠."
11일부터 16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에서 '불화전'을 열고 있는 조경순씨(50). 그의 눈은 점점 관세음보살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었던 작업이었지만, 섣불리 달려들 수 없었기에 기다림이 길었다.
"제가 불자이긴 해도, 스님 밑에서 전수 받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한 선생님과 연이 닿아 비로소 배울 수 있었죠."
비로나자불, 아미타불, 미륵불 등 무수한 부처가 다시 태어났다. 그는 "일반인은 부처나 보살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불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손모양, 머리화관을 보면 그 부처를 파악할 수 있다"며 "야구코치가 선수들에게 보내는 사인과 같다"고 말했다.
부처가 가부좌 상태에서 손을 무릎 위에 놓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것은 참선의 자세는 '선정인(禪定印)'이다. 왼팔을 아래로 내리고 손바닥을 바깥으로 보이게 하는 여원인(與願印)은 중생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뜻. 오른팔을 들어서 손바닥이 바깥으로 보이게 하여 위로 향한 모습인 시무외인(施無畏印)은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평안함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금과 돌가루를 사용해 색을 입히고 염색한 천을 덧대 색감이 화려하다. 하지만 천연재료로 만든 안료로 색감이 배어나와 화려하게 보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관세음보살''수월관음도''약사여래''관음보살' 등 외에도 꽃그림까지 전시되는 작품은 총 20여점.
대작이었던 '관음응신도'는 해남 백화암에 걸리게 돼 전시에 빠진 게 아쉽다면서도 "무엇이든 제자리를 지킬 때 가장 귀하고 성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