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지 100년이 되는 지금, 우리의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해방은 곧 독립이오 독립은 평화라고 생각했건만, 이와는 반대로 해방은 국토분단이오 게단가 분단의 필연적 결과인 동족상잔까지 저질렀으니 말이다.
한국의 일본식민지화는 반만년 우리 역사의 단절이다. 그간 이 나라는 9백여회의 외침을 받으면서도 한때는 그 세력이 왕성하여 요동까지 미치기도 했다. 물론 어느때는 그 세가 쇠퇴하여 중원의 반식민지 노릇을 한 적도 있었지만 나라가 송두리째 없어진 적은 없었다. 앞으로 이 나라가 천만년 보존된다 해도 이 망국기간 때문에 이 나라가 면면이 이어왔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단의 고통도 일본식민지 때문이다. 제2차세계대전 후 연합국은 전후 패전국의 식민지처리방안의 하나로 한국을 미국 주도하에 분할해 버린 것이다.
분단 65주년을 맞는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의 화해이다. 언젠가는 합쳐야 할 우리 땅이요, 우리 민족이기에 그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화해와 통일은 어려워진다.
남북은 근 20년 전인 1991년 12월 13일에 양측 총리가 서명하고 이듬해 2월에 발효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는 상호체제의 인정, 국교정상화, 경제협력, 내정불간섭, 비방 및 파괴행위 중지와 국제협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족 상봉과 각종 도로연결, 우편 전기 통신 문화 의료 언로매체 등의 교류를 세세하게 규정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20년이 되어가는 데도 아직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합의서만 이행이 되면 우리의 소원인 통일도 그 절반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제발 우리의 문제를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남북이 주도해 우선 이 합의만이라도 실행해 나가자.
남북화해는 통일보다 훨씬 쉽다. 화해에는 미군철수나 핵무기폐기 등의 조건이 필요없다. 남북은 미군이나 핵무기가 있는 다른 나라하고도 국교까지 하면서 유독 동족끼리 이 일을 문제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 남북은 적화통일 흡수통일 같은 망상은 버려야 한다. 이것은 남북이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자기화(自己化)하겠다는 것인데, 남북 모두 강제적 수단에 넘어갈 만큼 약하지 않다.
남북은 상대방을 몇 번이고 초토화 할 수 있는 화력을 갖고 있다. 또한 북한은 연간 4500톤의 생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으며, 그 1000톤이면 40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비이성적 존재이기도 하다.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북한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남한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이 지구상에서 왜 한반도만 이 이념의 대결장이 되어야 하는지 뼈저리게 성찰해보자. 65년간 이념대결 결과는 살인적 적대감과 국력낭비 뿐이다. 이것이 과연 혈족까기 65년간이나 할 일인지 그리고 누가 이 대결을 부추기고 있으며 누구를 위한 대결인지 똑바로 생각해보자.
해방 65년을 맞는 금년이야말로 민족적 양심에 호소 남북화해를 꼭 이룩해보자.
/정기동(군산대 명예교수)